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이 30일 열린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장기화로 인해 삼성의 대형 인수합병(M&A) 추진이 미뤄지고 미래 먹거리 찾기에 대한 고민도 길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재판 결과가 재계나 국가 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에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30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는 이날 오후 2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등 혐의를 받는 이 회장의 2심 첫 공판을 진행한다.
2심을 맡게 된 형사13부는 오는 10월 31일까지 새로운 사건을 배당받지 않겠다며 새 사건 배당 중지 기간을 연장해 집중 심리에 들어갔다. 법원 예규에 따르면 집중적인 심리가 필요한 경우 재판부는 법원에 신건 배당 중지를 요청할 수 있다.
이 재판부는 이미 지난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두 달간 신건을 배당받지 않았는데, 신속한 항소심 결정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 재판부는 지난 7월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내년 초 예정된 법관 인사 전에 2심 결론을 내리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날 공판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등이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1심 판단과 관련한 증거조사가 진행될 계획이다. 이어 10월 14일에는 회계 부정과 관련해, 10월 28일과 11월 11일에는 자본시장법 위반과 관련해 심리할 예정이다.
항소심의 주요 쟁점으로는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증거자료에 대한 증거 능력 인정 여부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목적이 '경영권 승계'에 있는지 여부 등이다.
앞서 이 회장은 2015년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미래전략실 주도하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계획·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회계 부정·부정거래 등을 저지른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검찰이 제출한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고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며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은 이 사안으로 4년째 사법 리스크에 묶여 있다. 앞서 1심 재판은 2020년 10월 첫 공판부터 선고까지 3년 5개월간 107차례 열렸고, 이 회장은 총 96차례 법정에 출석했다.
항소심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심 재판부는 내년 2월 법관 인사 전까지 선고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2심 결과에도 불복해 상고하면 최종 판단까지 2~3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