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 남은 미국 대선이 접전 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약점인 이민·국경 정책에 대해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해리스는 올해 대선의 주요 경합주 중 한 곳이자 이민·국경 문제의 중심지인 애리조나를 대선 후보 선출 후 처음으로 방문하고 중도층 공략에 나섰다.
27일(이하 현지시간) AP, CNN 등에 따르면 해리스는 이날 미국-멕시코 국경 지대가 있는 애리조나주 더글러스를 전격 방문하고 자신의 이민·국경 공약을 제시했다. 그는 "나는 우리가 국경 안정화라는 목표와 질서 있고 안전하고 인도적인 시스템 설립이라는 목표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거짓 주장을 거부한다"며 "우리는 두 가지 다 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리스는 "우리의 망가진 이민 시스템"을 고칠 것이라며, 불법 입국자들에 대해 5년간 재입국을 금지하는 등 인도적 이민 정책과 안전한 국경 보안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애리조나는 이민·국경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곳으로, 올해 미국 대선 승부를 결정 지을 경합주 7곳 중 한 곳이자 여론조사에서 해리스가 부진한 곳이다. 이날 발표된 USA투데이와 서포크대학의 애리조나주 여론조사 결과(투표 의향 유권자 500명 대상, 오차 범위 ±4.4%)에 따르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8% 지지율로 해리스(42%)를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다. 다른 주요 경합주에서는 해리스가 트럼프와 접전 혹은 약간 우세를 보이는 것과는 상이한 결과이다.
실제로 CNN이 지난주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미국 전역에 있는 2074명의 투표 의향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오차 범위 ±3%)에 따르면 이민 문제를 잘 처리할 것 같은 후보를 묻는 질문에 트럼프가 49%로 해리스(35%)를 크게 앞섰다.
이처럼 이민·국경 문제가 해리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해리스는 이날 애리조나 유세에서 올해 초 입국자 법정 기준 상향 등을 골자로 한 국경보안법이 공화당 측 반대로 무산된 것과 관련해 트럼프를 직격했다. 카멀라 해리스는 "그것은 수십 년래 가장 강력한 국경 보안 법안이었다"면서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그것을 망쳤다. 그는 의회에 있는 일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 법안을 멈추라'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는 도널드 트럼프가 망친 국경보안법을 다시 가지고 올 뿐만 아니라 불법 입국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NBC는 해리스의 이번 발언은 2019년에 비해 그의 진보적 성향이 다소 줄어든 것이라며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신규 입국자들에 대한 법적 요건을 확대하는 것과 같은 다른 목표에 도달하기에 앞서 국경 보안 및 사법 집행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는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불법 이민과 관련해 강력한 사법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의지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또 다른 경합주인 위스콘신주에서 유세 중이던 트럼프는 애리조나주를 방문한 해리스에 대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등 막말을 포함한 비난을 쏟아내며 재차 강경한 이민 정책을 천명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쓰레기 매립장 같다"며 바이든 정부가 마구잡이식으로 이민자들을 수용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