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도 Korea discount(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실적 부담을 감안해 논의의 초점이 규제보다는 자율과 인센티브, 그리고 전반적인 금융시장 투자환경 개선을 중심으로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6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을 만나 자율성에 방점을 둔 밸류업 기업가치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간담회에 국회 정무위 측에서는 윤한홍 위원장, 강민국 간사, 권성동 의원 등이 참석했다. 경제계에서는 최 회장을 비롯해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신현우 한화 사장 △한채양 이마트 대표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 △유봉석 네이버 정책·RM 대표 △이승열 하나은행장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경제계는 이 자리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신중 개정 △상장사 ‘3% 룰’ 적용 확대 재검토 △공정거래법상 형벌제도 개선 △증권거래세 우선 폐지 △금융사 자회사 출자범위 확대 등 과제 18건을 건의했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AI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무제한 체급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규모가 큰 소수 기업이 모든 것을 갖는 승자독식이 펼쳐지고 있다”며 “앞서 달리는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국회와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공정거래와 자본시장 관련 제도는 우리 경제질서의 근간인 만큼, 이를 관장하는 정무위원회의 역할에 상당히 기대가 크다”며 “30여년 전 설계된 국내 제도가 글로벌 경제지형이 급변하는 지금, 제대로 잘 작동하는지 생각해 볼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과 ‘부스트업’을 명목으로 기업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다수 발의됐다.
해당 법안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가 이사를 선임할 때 집중투표제 실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독립이사제 도입 등이 담겼다. 이에 경제계는 해당 발의안들이 기업 경영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관련해 경제단체는 과거 소버린 사태가 재연될 것을 우려했다. 소버린 사태는 지난 2003년 외국계 행동주의펀드 소버린이 SK 지분을 사들여 최태원 SK회장 퇴진 등을 요구한 후 약 1조원 단기차익을 거두고 한국에서 철수한 사례다.
경제계 요구와 관련해 윤 정무위원장은 “무엇보다 기업이 잘돼야 대한민국이 잘되고 국민이 편안해질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이후 기업 친화적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국회가 그 부분을 따라가지 못해 안타깝다. 기업이 활동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정무위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