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이 25일 발표한 '한국 수출의 세계 소득탄력성 변화 요인과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전산업·소재산업의 소득탄력성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탄력성이란 세계 소득 변화율에 대한 우리나라 수출 변화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소득탄력성이 높을수록 세계 소득이 1% 증가할 때 우리 수출도 더 크게 증가한다. 소득탄력성은 경기적 요인과 별개로 제품 경쟁력이나 소비자의 선호도 등 구조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2005년부터 2023년까지 소득탄력성 추정치를 보면 반도체가 2.44로 가장 높았으며 자동차 2.15, 소재산업 1.77 순으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제품 선호도·의존도가 높고 경쟁력이 우수한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산업에서 소득탄력성이 하락한 중 원인으로는 △세계 경제의 분절화 △제조업의 현지 생산 확대 △중국의 자급률 상승이 꼽힌다. 소재산업은 중국의 경쟁력 상승과 경제 성장 둔화로 소득탄력성이 하락한 반면 자동차 산업은 친환경차 수요 증가와 브랜드 이미지 제고로 2022년부터 상승세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는 2015년 이후 설비투자 확대, 기술 발전, 미국의 대중 수출 제재로 인한 반사이익 등이 작용해 소득탄력성이 상승세를 그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소득탄력성 하락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산업연은 △미중 패권전쟁·지경학적 분절화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 △해외 생산 확대 △중국의 성장전략 변화와 첨단산업 육성 강화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미국과 중국, 중립 블록이 형성되면서 전반적인 교역이 위축되는 상황이 소득탄력성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 한국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산업 의존도가 높아 탄소중립 기조가 한국 경제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 해외 현지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가 단기적으로는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수출 감소, 생산 공동화, 일자리 축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성근 산업연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장기적으고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며 관련 인프라 구축, 연구개발 지원, 국제 협력 강화가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서 기술력과 생산 연략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수출을 위한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라며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대비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국가로 공급망을 다변화해 안정적인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