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터스미디어가 꼽은 프랑스의 강점은 초거대언어모델(LLM) 개발과 정부 차원에서의 AI 투자 등이다. 특히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프랑스의 생성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미스트랄AI'를 축으로 한 프랑스의 자체 생성 AI 생태계가 프랑스의 순위를 끌어올린 주요인으로 평가된다. 자체 AI 생태계 구축 전략인 '소버린 AI'가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토터스미디어는 보고서에서 오픈소스 AI 모델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모델 역량과 비교해 격차를 많이 좁혔다고 짚으며 대표적인 사례로 프랑스를 꼽았다. 보고서는 "프랑스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AI 모델 개발 면에서 3위에 올랐으며, 이를 토대로 올해 전체 순위도 5위"라며 "특히 미스트랄AI는 미국과 중국의 최고 수준 모델과 경쟁할 수 있는 언어모델을 출시한 프랑스의 대표 챔피언"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프랑스가 한국과 비교해도 인재, 운영 환경, 연구, 상업 생태계 등의 분야에서 앞선다고 설명했다.
이 중 지난해 설립된 미스트랄AI가 프랑스 AI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힌다. 미스트랄AI는 설립 4주 만에 1억1300만 달러(약 1540억원)에 달하는 시드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 6월에는 총 6억 유로(약 9000억원)의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업가치를 58억 유로(약 8조60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오픈소스 기반 LLM을 주로 개발하는 미스트랄AI는 지난 7월 공개한 '미스트랄 라지2'로 다시 주목받았다. 오픈소스 LLM 중 가장 유명한 메타의 '라마 3.1' 못지않은 뛰어난 성능을 지녔기 때문이다.
실제 정책으로도 반영됐다. 프랑스는 지난 2021년부터 5년간 22억 유로(약 3조원)를 AI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R&D) 등에 투자하고 있다. AI 기술 확산을 목표로 LLM과 생성 AI에 대한 우선 개발·혁신을 전폭 지원하는 기조다. 이를 토대로 중견·중소기업의 AI 확산을 지원하고 AI 인재를 양성하는 데도 집중했다. 또 지난해 설립된 범부처 인공지능위원회는 올해 초 생성 AI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권고하면서 육성 정책을 확고히 했다. 그 영향으로 H(구 홀리스틱AI), 풀사이드 등 두각을 보이는 또 다른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중국에 맞서 자체 AI 생태계를 탄탄히 하기 위한 프랑스의 'AI 주권' 전략을 한국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은 "프랑스는 국가 차원에서 생성 AI 기술을 내재화하고 자국의 생성 AI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력을 키워서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며 "그만큼 AI가 모든 산업에 영향을 주는 기술이고 잘못하면 기술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기 떄문"이라고 짚었다.
하 센터장은 프랑스 미스트랄AI와 같은 핵심 기업들을 축으로 한국도 자체 AI 생태계를 키우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존의 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결국 '국가대표 AI 기업'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를테면 국내 AI 기업들이 그래픽처리장치(GPU·AI칩)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 GPU를 대량으로 구매해 주요 기업이나 스타트업, 연구소 등이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활용해 만든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풀어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