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삵·맹꽁이·수리부엉이·황조롱이 등 한강을 서식지로 삼는 생물을 보호하고 생태공원을 확대·보존하는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시는 23일 '한강르네상스'(그레이트 한강) 사업과 관련해 자연형 호안·한강 숲을 확대하고 생태공원을 재정비하는 ‘자연성 복원’과 한강 생태에 대한 시민 관심과 공감대를 높이기 위한 ‘자연형 체험공간·프로그램 확대’ 등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먼저 내년까지 콘크리트가 깔린 한강변 호안 94%를 흙·자갈, 수생식물이 식재된 자연형으로 복원한다. 뚝섬한강공원 취수장~천호대교(1.7㎞), 여의도 샛강 합류부~한강대교(1㎞), 성수대교~영동대교 하류(1.5㎞) 등 총 4.2㎞를 자연형 호안으로 복원하고 망원한강공원 내 강변북로 교량 하부구간 나머지 3.4㎞는 각종 개발사업 등 주변 여건 변화를 고려하여 점진적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한강생태공원 5곳은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재정비에 들어간다. 각 생태공원 환경과 지역별 특성에 맞춰 재조성할 계획이다. 생태계 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이용자 동선을 별도로 마련하고, 잦은 침수 지역에는 식물 자생 여건을 고려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등 맞춤형 정비를 진행한다.
예컨대 습지가 많아 맹꽁이 집단 서식처가 발견된 암사생태공원, 난지생태습지원, 강서습지생태공원은 침수 등으로 오랜 기간 쌓여온 퇴적물을 걷어내고 적정 수심을 확보한다. 종종 수달이 발견되는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에는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수달 모래톱’ 공간도 늘려줄 예정이다.
한강공원에 ‘자연형 물놀이장’을 △광나루 △잠원 △망원에 순차적으로 정비해 나간다. ‘자연형 물놀이장’은 녹지공간을 최소 30% 이상 확보하는 등 자연 소재를 활용해 한강의 자연성 회복을 도우면서도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한 곳이다.
아울러 시민들이 생물종다양성 필요성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한강생태공원에서 생태 프로그램도 연중 운영한다. 고라니·족제비 등 야생동물 흔적을 찾아보거나 철새·곤충 관찰, 자연의 소리 듣기 등 연령과 관심 분야에 따라 계절별로 경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시는 2007년 한강 생태계의 자생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생물종다양성을 확대하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시작했다. 콘크리트를 걷어낸 자리에 흙·모래, 수생식물을 심어 자연형 호안으로 복원하고 여의도공원(23만㎡) 6.5배에 이르는 151만㎡ 규모 생태공원도 조성했다. 현재 한강에는 △여의도 샛강(75만 8000㎡) △강서습지(37만㎡) △고덕수변(16만 8300㎡) △암사(16만 2000㎡) △난지생태습지원(5만 7600㎡) 등 5개 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이를 통해 자연형 호안은 약 90% 복원됐고 수목은 4배 이상 증가했으며 한강 서식 생물종은 30% 가까이 늘어났다고 시는 평가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 1608종이었던 한강 생물종은 2022년 2062종으로 늘었다. 생태공원에서는 수달·삵·맹꽁이·황조롱이 등 멸종위기야생생물·천연기념물과 오색딱따구리·청딱따구리·흰눈썹황금새 등 보호야생생물종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주용태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서울의 허파’라 불리는 한강은 도시를 유지하는 데 없어선 안 될 생태계의 보고(寶庫)”라며 “한강르네상스로 자연성 회복을 위한 단초를 마련했다면 앞으로 ‘그레이트한강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한강 본연의 모습에 가까운 생태계 복원을 이뤄내 더 다양한 생물과 사람이 건강하게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