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린 ‘빅컷’을 전격 단행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위기 대응을 위해 긴급히 금리를 낮췄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금리를 내리며 긴축 통화정책 기조에 마침표를 찍었다. 연준은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종전의 5.1%에서 4.4%로 낮추면서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연준은 18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존 2.00% 포인트차로 역대 최대였던 한국(3.50%)과 미국(5.25∼5.50%)의 금리 격차도 1.50%포인트로 줄어 들었다.
연준은 이날 점도표(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와 경기전망을 통해 올해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종전의 5.1%에서 4.4%로 낮춰잡았다. 이는 연내에 0.5%포인트 추가로 금리 인하가 있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연준은 올해 11월 6∼7일 및 12월 17∼18일로 두 차례 FOMC 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보수적인 성향을 고려할 때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 0.25%포인트씩 점진적인 인하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내년과 내후년 금리 전망치 역시 하향 조정됐다. 내년 연말 금리 전망치는 4.1%에서 3.4%로, 2026년 연말 전망치는 3.1%에서 2.9%로 각각 내렸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폭을 빅컷으로 결정하고 추가 인하를 전망한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은 안정된 가운데 고용시장 냉각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계속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일자리 증가는 둔화했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경제전망을 통해 연준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이 올 연말 전년 대비 2.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6월 전망치(2.6%)보다 떨어진 수치다.
반면 연준은 연말 실업률은 4.4%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6월 전망치(4.0%)보다 크게 올라간 수준이다. 연준은 최근 물가 둔화보다는 고용 둔화 리스크를 막는 데 초점을 잡겠다고 밝혀 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금리 인하 결정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추기로 한 것은 (기준금리) 정책 기조를 바꿔도 노동시장의 견조함은 유지될 수 있고 물가는 2%대로 수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며 “계속해서 대차대조표도 축소하기로(긴축은 유지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올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기존보다 0.1%p 낮춘 2.0%로 내다봤다.
이번 금리 인하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은 “우리는 방금 중요한 순간에 도달했다”면서 “경제가 강세를 유지하는 동안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평가들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했지만 우리의 정책은 비용을 낮추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리스는 “이번 발표는 고물가에 시달려온 미국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라면서도 “물가를 계속 낮추기 위한 앞으로의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금리 인하에 대해 “그들(연준)이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가정하면, 경제 상황이 금리를 그 정도로 내려야할 만큼 매우 나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대선 전에 연준이 금리를 내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한편, 이날 빅컷 결정 직후 상승세를 보이던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연준이 경기침체를 의식해 공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3.08포인트(-0.25%) 내린 4만1503.10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6.32포인트(-0.29%) 내린 5618.26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54.76포인트(-0.31%) 하락한 1만7573.30에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