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호화유람선 타이태닉호를 건조한 것으로 잘 알려진 영국 조선업체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4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의 보도에 따르면 163년 역사를 지닌 조선업체 할랜드앤드울프(H&W)는 현금 고갈을 겪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달 말까지만 사업 운영 자금이 남아 있다면서 정부의 개입을 촉구했다.
H&W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와 잉글랜드 애플도어, 스코틀랜드 2곳 등 4개 조선소에 1200명 직원을 두고 있다.
스카이뉴스는 이날 방산업계 소식통들을 인용해 영국 방산업체 밥콕 인터내셔널이 벨파스트 조선소를 비롯한 H&W의 자산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1861년 설립된 H&W는 해운업체 화이트 스타의 주문을 받아 벨파스트 조선소에서 제작한 타이태닉호로 잘 알려져 있다. 이 호화 유람선은 1912년 완공 후 첫 항해 도중 빙하와 충돌해 침몰했다.
이 회사는 세계대전 때 항공모함과 순양함 건조로 전성기를 누리다가 전후 여객선 수요 감소와 아시아 조선업체와 경쟁 등으로 서서히 하향 곡선을 그렸다.
1970년대 국가 소유가 됐고 1989년에는 노르웨이의 해양 시추업체인 프레드 올센 에너지에 매각됐다. 2019년 관리 절차에 들어갔다가 영국 에너지업체 인프라스트라타에 인수됐다.
H&W는 올해 7월 회계 감사 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하면서 런던증시에서 주식 거래가 중단됐다. 자금 확보를 위해 저금리 대출을 위한 지급 보증을 정부에 요청했으나 새로 출범한 노동당 정부는 공적자금의 부적절한 사용이 될 수 있다며 거절했다.
이후 이 업체는 기존 채권자인 미국 은행 리버스톤으로부터 일부 자금을 확보했으나 추가 자금 확보를 위해 노력해 왔다.
H&W 임시 대표를 맡고 있는 구조조정 전문가 러셀 다운스는 BBC에 각 조선소 운영과 앞서 체결한 영국 해군 군수지원함 건조 계약은 현재 지주회사 경영 상황과는 관계없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