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해야 할 냉온의자가 그 정반대인 '하온동냉(夏溫冬冷)'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어 전시 행정의 표본이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국민의 혈세로 생색만 내려는 지자체의 반성이 요구된다.
버스정류장 내 냉온의자를 설치한 서울을 비롯해 경기도와 수도권, 그리고 전국에 걸쳐 망라돼 있다. 소요 예산만 해도 전국적으로 천문학적 숫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년 전 시행 초기 이용 시민들의 만족도가 높아지자,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설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정반대다. 앞서 지적했듯이 이용의 불편이 커서다. 실제 전북과 강원도의 경우 일부 설치업체의 냉온의자가 과열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적도 있다. 그러나 유지 보수에는 손을 놓고 있어 이용 시민의 비난이 거세다.
설치하면서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낮고 전기 요금이 과다하게 발생해 혈세의 부담도 늘고 있고, 여름에는 대기의 더운 열기와 바닥이 찬 의자 표면에 이슬이 맺는 결로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버스정류장 냉온의자 설치는 애초 에너지 저감제품이라는 특수성을 고려, 설치가 장려 정도였으나 효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선 이런 원인을 행정기관의 저가제품 선호와 검증되지 않은 업체와의 계약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대부분 제작 비용을 낮추고, 납품에 중점을 둔 일부 제품들에서 여름철 결로 현상, 과열로 인한 화상 위험, 산화 현상에 의한 위생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일부 지자체들은 여전히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제품들을 선정해 설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독점 기회마저 부여하고 있다. 전라북도의 경우, 도 조례에 따라 지역 업체 외 다른 지역 제품은 발주 및 설치를 할 수 없도록 못 박아 놓고 있다.
이 때문에 시중에 다른 제품들과 비교 선택할 기회 자체가 없는 것은 물론 오히려 특정 회사의 독과점을 야기하고 있어 해당 조례의 개정이 시급하다는 불만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오히려 버스정류장 내 냉온의자 설치를 늘리고 있는 곳도 있다. 설치 이후 관리는 뒤로 하고 신규 제품만 선호한다면 주민 복지사업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나아가 더 좋은 기능의 제품, 즉 에너지효율, 내구성, 안정성 등이 담보된 교통 복지의 혜택에서도 소외되는 일이다. 이용 시민의 기본적인 이동복지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이른 시일 안에 버스정류장 냉온의자에 대한 전국 지자체별 전수 조사를 실시,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행정기관의 투명한 예산 집행과 납품 업체의 기술성, 특히 납품의 독과점에 대해서도 따져 봐야 한다. 이런 불합리가 전국적인 현상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정부 태양광 발전소와 관련된 비리가 밝혀지는 바람에 국민의 상처가 깊었다.
차제에 냉온의자 사업 외에도 시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여러 공공재 설치 사업에 대한 점검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혈세가 제대로 사용되는지 점검하는 일도 예산을 집행하는 행정기관 본연의 임무여서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