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스피드로 자민당 개혁을 추진하겠다"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은 8일, 요코하마의 시내에서 열린 거리 연설에서 모여든 인파 속에서 마이크를 잡고 외쳤다.
그는 이달 27일 치러지는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 함께 당선이 유력시 되는 후보 중 한 명이다. 준수한 외모와 40대 초반이라는 젊은 나이로 인기 몰이 중이며, 비자금 스캔들로 얼룩진 자민당의 개혁을 내세우며 당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6일 공식 출마선언을 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의 바람이 무섭다. 출마 직후부터 이틀 연속 도쿄 긴자와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의 거리에 나와 시민들과 부대끼며 초반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여론의 관심도 뜨겁다. 특히 "자민당을 부숴버리겠다"는 파격적인 발언으로 2001년 4월 총재 선거에서 당원과 당우 뿐 아니라 국민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와 같은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2001년 선거는 고이즈미 전 총리가 극적인 승리를 거둔 선거로 유명하다. 그는 당시 모리 요시로 총리가 실언과 위기 관리 실패로 내각 지지율이 10% 이하까지 떨어지면서 퇴진을 표명하자, 모리파(세이와카이)를 탈퇴하고 총재 선거에 출마했다.
이번 선거도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세계평화통일가족연합(구 통일교) 문제와 거액의 비자금 스캔들로 강한 역풍에 직면하면서 내각 지지율이 20% 내외를 오가는 '위험 수위'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모리 내각과 상황이 유사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의원 사이에서는 "아버지와 같이 '자민당을 부숴버리겠다'는 각오를 보여주며 출마하면 좋겠다"(구 아베파 젊은 의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일본 언론사의 한 기자는 "아버지는 '부숴버리겠다'고까지 했는데, 아들은 겨우 '개혁 추진'이라니 어딘지 약한 느낌이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09년 중의원에 처음 입성해 5선을 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환경상 재임 경험 외에는 각료와 자민당 주요 간부를 맡은 적이 없다. 또한 가벼운 언행으로 총리로서의 자질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뒤따라왔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거리 연설에서 "총재 선거 기간 중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이 정도면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다해 싸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민영방송 JNN이 7∼8일 18세 이상 성인 1011명(유효 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실시해 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차기 총리와 자민당 총재로 적합한 인물'로 28.5%의 지지를 받아 1위에 올랐다. 주요 경쟁자인 이시바 전 간사장은 5% 포인트 뒤진 23.1%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