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전화와 스팸 메시지의 증가추세가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제재할 법안이 미완성의 상태로 남아있어 휴대전화 이용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동통신사업자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가 스팸 문자메시지를 통해 연간 수백억원에 육박하는 이익을 취하는 상황에서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문제 알아도 처벌 조항이 없어"...미흡한 법에 여론조사는 급증
8일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통신 3사가 여론조사 기관에 유상으로 제공하는 가상번호 등 위법사항이 인지되고 있지만, 처벌조항이 없어 조사 등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256조는 각종 관련 처벌 조항을 통해 가상번호를 악용한 각종 위법사항에 대해 징역 3년 이하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가상번호 제공 이용자 고지 의무 위반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처벌규정을 명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동통신사업자들이 공직선거법과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명시된 가상번호 제공 관련 이용자 고지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과도한 여론조사 전화에 대한 피로감은 높아졌다. 22대 총선 국면에서 통신 3사의 가상번호 요청 건수는 4년 전 21대 총선 대비 약 2.5배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선관위 역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여론조사 백서'에서 "선거여론조사 급증에 따른 국민 피로도 증가로 휴대전화 가상번호 제공 거부 또한 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휴대전화 가상번호 총 요청 건수 대비 제공 비율이 99.5%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예전보다 가상번호 제공 거부 빈도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이용자들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상번호를 통신사에게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 연 500억원의 수익원 '스팸'...관리미진 과태료는 수백만원 수준
무분별한 스팸 문자메시지 증가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스팸 문자메시지는 통신사들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수익을 거두는 대표적인 사례다.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배포하는 주체는 수많은 문자 재판매사들이지만, 이들이 대량으로 메시지를 배포하는 데 통신사들의 기업형 메시지 서비스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6월 서울경찰청에 불법 스팸 발송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면서 통신사들이 지난해 하반기 기준 스팸문자로 한 달에 약 40억원의 수익을 올린다고 주장했다. 이를 단순 환산하면 연 500억원 가까이 되는 셈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지난 4월 발간한 '2023년 하반기 스팸 유통현황' 보고서에서 통신 3사 고객들이 1인당 월평균 8.91통의 스팸문자를 수신했다고 추산했다. 이는 상반기 대비 3.68통이나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스팸문자가 부쩍 늘어났다는 사실이 통계로 나타난다.
올해 상반기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ISA는 스팸 문자 신고 건수가 올해 상반기 기준 2억1750만건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전체 기간 신고 건수가 2억9550만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급증 추세다.
이와 관련해서 스팸문자로 이득을 보고 있는 통신사들의 스팸 문자메시지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된 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책무를 더욱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방통위는 통신 3사에 문자 재판매사에 대한 스팸 발송 관련 관리감독 미진 등을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수백만원 정도로 크지 않다. 정부가 불법스팸 전송자와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통신사에 대한 처벌 수위를 올해 초 기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했지만, 여전히 수익에 비해서는 작다는 지적이다.
통신업계는 스팸 문자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불법 스팸 대응을 위해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스팸문자 대응 활동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각종 스팸 차단 서비스도 마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