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한 한편 은행권이 만기 축소에 나서며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대폭 줄었다. 자칫 주담대 대신 신용대출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수요가 쏠릴 수 있다는 ‘풍선효과’ 우려에 당국은 신용대출 한도 축소와 같은 추가 규제 방안을 도입할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급격히 줄었다. 지난 1일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이 본격 시행된 데 이어 은행권이 강화된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속속 적용하고 있는 탓이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 시 향후 늘어나게 될 차주의 원리금 부담까지 반영해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제도다. DSR은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인데, 은행권은 현재 DSR을 40%로 규제하고 있어 금리 인상은 자연스레 대출 한도 축소로 이어진다.
동시에 은행이 주담대 관리 강화에 나서며 주담대 진입장벽은 더 높아졌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최장 50년이던 주담대 만기를 수도권 소재 주택에 한해 30년으로 줄였다. 또 신한과 우리은행은 각각 지난 3일, 9일부터 모든 주택의 주담대 기간을 5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주담대 만기가 20년 짧아지면서 차주의 DSR 계산 시 한 해에 갚아야 하는 원리금 부담이 급증하게 됐다. 그만큼 DSR은 오르고, 대출 한도도 크게 줄어들게 됐다는 의미다.
예컨대 연봉이 5000만원인 차주의 경우 기존 1단계 스트레스 DSR 하에서 40년 만기로 시중은행 수도권 주담대를 받으면 3억47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 2단계 스트레스 DSR 체계에서 30년 만기 수도권 주담대를 받으면 최대한도는 2억8400만원이다. 6300만원이 적어진 셈이다.
주담대에 이어 당국은 신용대출을 조이는 방안까지 검토에 들어갔다. 한도가 크게 줄어든 주담대 대신 신용대출로 ‘영끌’ 수요가 쏠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의 연 소득 내로 축소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의 150% 수준으로 적용하고 있지만, 이를 100% 이내로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국민, 신한은행은 9일과 10일부터 신용대출을 최대 연 소득까지만 내주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신용대출 한도 축소를 포함해 가계대출 조절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