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권이 일치단결하면서, 협의체 구성의 마지막 열쇠는 의료계로 넘어갔다.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료공백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모두 의료대란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는 오래전부터 공감대를 이뤘다. 지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회담 자리에서도 이같 은 이야기가 오갔다.
여야, 국회 차원서 의료대란 대책 마련 협의
한 대표와 이 대표는 의정갈등 문제를 당시 회담 공식 의제로 올리지는 않았으나, 이후 공동 발표문에서 "추석 연휴 응급의료 구축에 만전을 기하라고 정부에 당부하고 여야가 함께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 정기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자리에서 "2024년 9월 현재, 심각한 의료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해법으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또 "응급 의료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되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며 "체면을 따지거나 여야를 가릴 때가 아니다"라고 협의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문제에 대해 얼마든지 열린 마음으로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와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야당에서도 (의료개혁 관련) 여야 대화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면서 “여·야·의·정 협의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서 야당에서도 이를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한 대표는 협의체 구성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대통령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대정원 문제로 장기간 의료 공백 상황이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고,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국민 불안이 크다"며 여·야·의·정 협의체 운영을 제안했다.
그는 "여·야·의·정이 함께 머리 맞대고 의료현장 진료 서비스를 정상화하면서 의료개혁이 국민에 도움 되도록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협의하자"며 "의대 정원 증원에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서 운영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같은 날 "한 대표 제안에 대해 긍정적"이라며 "의료계가 대화의 테이블에 나오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문제는 의료계가 합리적 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여야 모두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자 우원식 국회의장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우 의장은 입장문을 통해 "여야의 해결 방향이 일치하고 있다"며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 국민의 불안부터 해소하자"고 전했다.
의료계 기다리는 정치권
의료개혁 문제를 두고 의견 차이를 보였던 여야와 정부가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 협의체 구성의 마지막 열쇠는 의료계로 넘어갔다. 정부는 특히 의료계에 2026년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합리적 방안'을 가져오라는 입장에서 원점부터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변했다. 의료계 역시 협의체 구성에 청신호를 보내고 사회적 대화가 시작되면 약 6개월간 이어진 전공의 이탈 사태가 종료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공의 이탈 장기화로 발생 중인 전문의들의 번아웃도 해소될 수 있고, 추석을 앞두고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는 '의료대란 우려'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료계가 최근까지 워낙 강경한 입장을 보인 바 있어 향후 전망이 밝지는 않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호소문을 통해 "지금은 국가 비상사태"라며 "2025년 의대 증원을 취소해 학생과 전공의들이 학교와 병원으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2026년 의대 증원에 대해서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2025년 의대 증원은 이미 배정을 마친 상태라 바꿀 수 없다는 입장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