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국회를 방문해 여야 4당 대표를 만났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경제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국회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최 회장은 5일 오후 국회를 찾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를 만나 경제법안을 우선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최 회장은 입법영향분석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입법영향분석은 법령의 집행 실태와 효과성 등 국민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으로, 경제계는 의원 입법이 정부 입법에 비해 사전 영향 분석이 부족하여 불필요한 규제가 쉽게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 회장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및 노조관계법 2·3조 개정안), 금융투자소득세 등 경제계 현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경제계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기존의 입장 차를 넘어서 국익 관점에서 경제법안을 다루기를 기대하고 있다. 첨단산업 투자세액 공제 기간 연장, 직접환급제 도입(조세특례제한법), 전력 인프라 구축(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등 주요 현안이 21대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여야 모두에 의해 발의되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략 산업의 경우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며 각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첨단산업 지원 법안을 조속히 입법하여 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 회장은 “정기국회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여야 모두가 반도체, AI, 전력망 확충 등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고물가·고금리로 어려워진 경제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국회가 여야를 넘어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 국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6월 3일에는 제22대 국회의원 환영 리셉션을 열어 여야 원내대표를 포함한 국회의원 100여명과 협력과 소통을 다짐했으며, 지난달 23일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간담회를 갖고 기업 경쟁력 제고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첨단 산업은 팀플레이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 간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한상의는 앞으로도 소통의 기회를 많이 마련하고, 국민과 기업의 목소리를 국회에 가감 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 대표는 2003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서 금융과 증권 관련 비리를 수사하는 경제 특수부(형사 9부) 소속으로 SK그룹의 분식회계 사건을 조사한 바 있다. 이 사건은 최 회장의 구속으로 이어진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날 두 사람 사이에는 이전의 악연을 느낄 만한 기류는 감지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