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과 거대 야당이 또 싸우기 시작했다. '계엄령'을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과 '당대표직을 걸고 말하라'는 대통령실, '근거를 대라'는 국민의힘을 보고 있으면 7~8살 어린아이들이 다투는 유치찬란한 모습이 연상된다. 민생국회로 돌아가나 싶었지만 다 큰 어른들이 어린애들처럼 싸우는 난장판으로 돌아갔다.
민주당의 계엄령 주장은 지난 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대표 회담'을 할 때 언급하며 크게 불거졌다. 이 대표가 모두 발언 시간에 한 대표 바로 앞에서 "최근에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곧장 '허위사실'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를 향해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당대표직을 걸고 말하라"고 지적했다. 또 "날조된 유언비어를 공당 대표가 생중계로 유포한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근거를 대라고 소리를 높였다. 한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여기 계신 분들 중에서 (윤석열 정부가) 계엄을 준비한다는 걸 알고 계신 분이 있느냐"며 "만약 그렇다면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지어 이 대표 발언은 11년 만에 열리는 여야 대표회담 모두 발언 중에 나온 것"이라며 "이 정도라면 민주당이 근거를 갖고 있을 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민생 안건들이 말 그대로 산적해 있다. 나날이 국민 불안감을 키워가는 '의료대란', 나 스스로 혹은 주변 지인이 언제 피해를 볼지 모르는 '딥페이크 성범죄', 추석 명절을 앞두고 국민들 허리를 휘게 하는 '고물가' 등이 대표적이다.
당정과 야당은 쉽게 해결되지도 않을 입씨름 거리를 붙잡고 있을 시간에 눈앞에 닥친 민생 문제를 1초라도 더 이야기하는 건 어떨까. 어린애들처럼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늘어만가는 국민의 한숨을 덜어주기 위해 전념하는 국회가 되길 또 한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