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열었다. 요약하자면 지난 4월 총선 여당 참패 후 밝혔던 '국정 방향과 정부 정책은 옳지만 국민들에게 잘 전달이 안 됐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오는 11월 5년 임기 반환점을 앞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그간의 주요 성과와 향후 계획을 2시간 넘게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4+1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저출생 대응) 완수를 위한 지지를 호소했다. 다수 여론조사 기관에서 내놓은 20~30%대 레임덕(권력누수) 수준에 정체된 지지율을 반등시키려는 간절함이 엿보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차례 공개 제안한 영수회담에 대한 답변이었다. '삼권분립'이 확립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행정부가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우더라도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입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 측 협조가 없다면 그 어떤 정책도 정부가 추진하긴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의 '살면서 처음 보는 국회'라는 평가에 동의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5년 임기 내내 여소야대 국회와 보내는 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최초다. 야당이 국회에서 단독 과반을 차지한 것 역시 헌정 사상 최초다. 참고로 지난 4월 총선은 윤 대통령 취임 2년도 안 된 시점에 치러져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집권여당 국민의힘 지도부는 노골적으로 '보이는 손'에 시도 때도 없이 교체됐다. 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는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3개월 되는 시점에 축출됐고, 그 이후 국민의힘에는 직무대행·권한대행·혁신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 등 다양한 명칭의 직함이 나타나고 또 사라졌다.
7월 한동훈 지도부가 당원 투표를 거쳐 구성됐지만 출범 한 달여 만에 '한동훈 패싱'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과연 '살면서 처음 보는 국회' 모습에 윤 대통령의 지분이나 기여도는 전혀 없는 걸까.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개혁은 필연적으로 저항을 불러온다"며 "쉬운 길을 가지 않겠다"면서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그러나 제발 쉬운 길을 갔으면 한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보다 반발 앞서는 정치'를 강조한 바 있다.
국민 시선에서 합당한 정치를 한다면 2시간에 걸친 국정 브리핑이 아니어도 지지율은 반등할 것이다. 우선 취임 후 단 한 차례 있었던 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늘리는 것부터 변화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로또에 당첨되려면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우선 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