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는 케이뱅크가 연내 상장 목표에 바짝 다가섰다. 첫 관문이자 가장 힘든 절차 중 하나로 여겨지는 신규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증시 입성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에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승인받았다. 케이뱅크는 신속히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후속 상장 절차를 진행해 연내 상장을 완료할 계획이다.
재도전에 나선 케이뱅크는 내외형 키우기에 집중했다. 올 상반기에만 당기순이익 854억원을 달성해 2022년 기록한 연간 최대 당기순이익(836억원)을 넘어서는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250억원)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며 반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가입자 수가 견조하게 늘어나면서 여신과 수신은 모두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6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누적 가입자 수는 1147만명으로, 상반기에만 194만명이 새로 가입했다. 수신 잔액은 21조8500억원, 여신 잔액은 15조6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8%, 23.7% 증가했다.
증권업계에서 바라보는 케이뱅크 예상 기업가치는 5조원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말 순자산(1조9556억원)에 2.5배를 곱한 값이다. 상반기 IPO 최대어였던 HD현대마린솔루션(3조7071억원)보다 많다.
IPO에 성공하면 2~3년 내 케이뱅크의 대출 잔액 여력은 최대 13조7000억원 순증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여신 잔액에서 최고 1.9배 늘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경쟁 인터넷은행보다 높은 여신 성장률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자본이 확충되면서 안정적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갖추게 된다. 현재 13.9%인 BIS 비율이 상장 이후 7.0~11.0%포인트 추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대출 규모 확대와 신규 투자의 폭이 넓어지는 기회로 작용하게 된다.
일각에선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에 의존하는 케이뱅크의 수익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가상자산 시장 상황에 따라 업비트 예치금의 입출금 등락률이 커지면 케이뱅크의 수신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업비트와 제휴한 데 따른 이용자 록인(Lock-in) 효과를 투자 매력으로 꼽았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은 케이뱅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성장성과 수익성을 바탕으로 IPO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고객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16년 1월 설립된 케이뱅크는 2017년 4월 1호 인터넷은행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BC카드가 지분 33.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 등도 주주사다. 상장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A)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