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과 도요타가 수소차 시장의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기차 수요의 일시적 둔화와 배터리 화재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커지면서, 수소차에 대한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한 투자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업계는 하반기 출시될 신모델과 신기술 발표가 수소차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전 세계에서 판매된 수소차는 총 5621대에 달하며, 이 중 현대차와 도요타가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넥쏘와 일렉시티 등 모델을 통해 1836대를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 1위(32.7%)를 기록했다. 도요타는 1284대를 판매하여 점유율 22.8%로 2위를 차지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와 산소의 반응으로 전기를 생성하여 움직이며, 운행 시 오직 물만 배출하는 친환경 차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높은 가격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도요타와 BMW의 협력으로 핵심 부품을 공유함으로써 차량 가격을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대차의 시장 지배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도요타는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4년 수소차 미라이를 출시하여 현대차와의 양강 구도를 구축했으며, BMW는 현재 X5 기반의 수소차 ‘iX5 하이드로젠’을 개발 중이다. 두 회사는 협력을 통해 기술적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수소 사업의 전반적인 정비와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국내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인수하고, 연구개발 및 생산을 모두 맡기로 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기술력 강화와 생산 확대를 통해 위기 상황에 대응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수소 분야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1998년부터 수소차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현대차는 25년 넘게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등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해 왔다. 수소전기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 사업은 물론, 발전, 트램, 항만, 선박,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비차량 분야에서도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5월 신형 넥쏘의 본격 양산을 앞두고 부품 협력사와 양산 일정 조율에 착수하기도 했다. 신형 넥쏘는 2.5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탑재할 예정이며, 1회 충전 주행거리가 현재의 609㎞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년 수소연료 트럭 출시를 계기로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도 판매량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러한 계획은 현대차가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대응 전략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공급은 현재 국내 시장에 집중돼 있지만, 내년 수소연료 트럭 출시를 계기로 유럽 및 기타 해외 시장에서도 판매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