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방에 입장하기조차 어려워 피해자가 와도 경찰 수사가 시작돼야 불법 합성물을 볼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초·중·고·대학교부터 여군까지, 나이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딥페이크 합성물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 삭제 지원에 부침을 겪고 있었다. 불법 합성물 삭제 지원 일선에 있는 실무자들은 합성물 확산을 막기에도 한계가 있는데, 피해자들의 고통에 비해 가해자에 대한 형량과 범죄 경각심도 낮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으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에 여가부가 불법합성물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점검에 나선 것이다. 최근 딥페이크 합성물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10대 청소년인 경우가 적지 않아 충격을 더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8월 25일까지 디성센터에 딥페이크 피해 지원을 요청한 781명 가운데 36.9%(288명)는 10대 이하 청소년이나 어린이였다.
"범죄사실 알고도 텔레그램 방 접근 어려워 문제 확산"
다만 폐쇄적인 사회연결망서비스(SNS) 상에서 유포되는 범죄 행위 특성상 피해 사실을 특정하기 어려워 초기 확산 방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명숙 상담연계팀장은 "같은 반 친구가 너 걸 봤다면서 그 증거를 갖고 부모님과 경찰 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는 합성물이 어디에 유포가 됐는지 어떤 텔레그램 방으로 가야 되는 지를 몰라서 문제가 확산이 된다"고 설명했다.
피해 사실을 알고도 찾아내서 특정하기가 마땅치 않다. 디성센터에서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거나 영장 발부, 위장 수사 등의 방식으로만 텔레그램 방에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텔레그램 방 안에서 합성물을 확보하면 성인사이트나 SNS 등 공개된 게시물에 한해서만 유포된 부분에 대해 모니터링을 지원하고 있다. 또 경찰이 실제 촬영물을 확보해서 센터로 지원 요청을 하면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더라도 지원에 나설 수 있다.
서울여성가족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디지털 성범죄 안심지원센터 역시 당사자나 부모의 신고 없이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빠르게 찾아내 신고·삭제 대응한다는 방침 하에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러나 공개된 영상물에 한정해서 가능하다. 결국 텔레그램 등 SNS의 협조 없이는 위장·잠입 모니터링, 기기 탑재형 감시 기술 도입 등 제 3의 방법론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는 실무자 설명이다.
"해외수사 공조·사업자 감독 강화...공익적 목적과 기본권 따져봐야"
민고은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텔레그램 방에 대한 해외 수사 공조 및 전기통신서비스 제공 사업자들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가 고려돼야 한다"며 "표현·직업수행의 자유 제한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으나,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는 걸 뻔히 알 수 있는 상황에서 공익적인 목적과 비교형량해봤을 때 과연 그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느냐는 따져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낮은 형량도 지적됐다. 강 팀장은 "가해자를 검거하고 보면 지인인 경우 많다"며 "피해자들은 현재도 유포되고 있다는 고통과 충격에 비해서 처벌이 너무 가벼운 데 대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5학년이 불법촬영을 당해도 집행유예가 나오는 상황이 많은데, 디지털 성범죄는 형량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불법 촬영물에 대한 처벌 조항은 마련됐으나 딥페이크 합성물에 대한 조항은 빈 곳이 많다. 민 변호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대해서는 처벌 조항있지만, 딥페이크 합성물에 대해서는 관심 밖이었던 것 같다"며 "실제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강요는 일반 협박죄보다 중하게 처벌하는데 허위 영상물에는 그러한 처벌 규정도 없고, 소지·시청죄도 처벌 대상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인정돼야만 처벌 대상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