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달 전세 만기를 앞두고 주택 매매를 고려했던 A씨는 예상치 못한 고민에 빠졌다. 은행들이 7월부터 금리를 올리며 당초 예상보다 연 이자가 500만원가량 늘어나는 데다 갑작스러운 대출 만기와 한도 축소로 대출 가능한 금액이 2억원 가까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전세 연장 불가 통보를 받은 상황에서 인근 아파트 전셋값마저 크게 올랐는데 아파트 매수 계획까지 틀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A씨는 크게 낙담했다.
주택 관련 가계대출 급증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은행권에서 본격적으로 주택담보대출 만기와 한도 제한 조치에 나서면서 A씨와 같은 실수요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 소재 아파트를 매입한다고 가정할 때 주담대 기간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이면 연 소득 5000만원 대출자의 한도(대출금리 연 4.5%)는 3억7000만원에서 3억2500만원으로 4500만원가량 줄어든다. 여기에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으로 스트레스금리 1.2%포인트가 반영되면 대출 가능액은 2억8000만원까지 쪼그라든다.
지난 7월 이후 가파르게 오른 대출금리도 실수요자에게는 부담이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짙어지며 조달금리가 내려가고 있었는데도 이 기간 신한은행은 주담대 최저 금리를 1.18%포인트, 우리은행은 1.27%포인트 올렸다. 대출자로서는 1억원을 대출받았을 때 연 이자로 120만원 안팎을 추가 납입해야 하는 것이다. 4억원을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2개월 만에 차주가 부담해야 하는 연 이자는 480만원, 월 40만원 늘어나는 셈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이 같은 피해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4년을 맞아 전셋값 상승 압력이 강하고,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 상승과 추석 이후 가을 이사 수요가 맞물린 탓이다. 매매 대기자들의 자금줄이 말라 부동산 열풍이 일부 위축될 수는 있지만 대출 규제가 투자 심리 자체를 꺾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는 차주) 수요는 즉각 잠재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위적인 금리 조정으로 이자 부담이 커졌고 대출 한도까지 줄어들며 이른바 '상급지 갈아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영끌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 한도가 최대 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감액되고,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 제한으로 갭투자도 막혀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하는 방식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달 아파트 계약을 했거나 할 예정인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대출 한도, 이자와 관련한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당장 매매가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내년 초 이후로 주택 구입 시기를 미루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