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출 금리가 통상적인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금융권 대출 금리가 1금융권보다 낮거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점차 오르는 반면 신용대출이 떨어지는 등 왜곡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계부채가 폭증하면서 금융당국이 은행에 관여하는 이른바 '관치금리'의 영향이 커진 탓이다.
시장 역행하는 대출 금리…은행보다 보험사가 0.46%p↓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2금융권인 보험사의 주담대 금리는 현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보다 낮다. 국내 6개 주요 보험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지난 23일 기준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3.19~6.13%다.5대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 23일 기준 고정형(주기형) 주담대 금리가 3.65~6.05%로 하단이 보험사보다 0.46%포인트(p) 높다. 은행별로 보면 하단 금리가 3.65~4.05% 수준을 형성해 보험사와 최대 0.86%p가량 차이가 났다.
1금융권인 은행이 통상 보험사보다 낮은 대출 금리를 유지하는 시장 관행이 깨진 셈이다. 1금융권은 신용도가 높은 고객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을 내주고, 2금융권은 낮은 신용도로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이들에게 비교적 높은 금리로 대출을 내주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신용대출의 경우 일부 은행은 금리가 내려갔다.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신용대출 금리가 4.765~5.365%에서 4.743~5.343%로 0.022%p 낮아졌다. 우리은행은 4.13~6.13%였던 신용대출 금리가 0.03%p 낮아져 4.10~6.10%를 형성했다. 일반적으로 시장금리에 연동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대출 금리가 상품별로 상반된 곡선을 그린 셈이다.
‘관치금리’ 영향 커진다…소비자 사이에선 “이자 부담” 불만
대출 시장에서 금리가 통상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이른바 ‘관치금리’의 영향이 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은행에 적극적인 대출 관리를 주문하고 있는 탓이다. 이에 은행권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방법으로 가산금리를 택했다.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5대 시중은행이 단행한 주담대 가산금리 인상 횟수만 20여 차례에 달한다.그런데 이러한 가계부채 억제 방침이 모든 금융업권과 대출 상품에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으면서 금리가 상반된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당국은 은행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집중해 왔고, 보험사는 여기서 사실상 제외됐다. 이에 보험사는 은행과 달리 인위적인 가산금리 상향 조정을 하지 않았다. 2금융권인 보험사가 현재 은행보다 금리 진입장벽이 낮아진 이유다.
또한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가계부채 상승의 핵심인 주담대 금리 상향에만 주력해 왔다. 이에 가산금리 인상에서 빠졌던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는 시장금리가 내려가자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됐다.
실제 대출의 준거금리가 되는 주요 금융채는 오히려 지난 한 달 새 계속 낮아졌다. 은행채 5년물은 지난달 23일 3.361%에서 이달 23일 3.230%로 0.131%p 떨어졌다. 같은 기간 보험사가 주담대 준거금리로 삼는 국고채 3년물은 3.087%에서 2.917%로 0.17%p 낮아졌다.
금융 소비자 사이에서도 점차 당국의 개입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출 금리가 높아지며 차주는 더 많은 이자로 경제적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인위적인 가산금리 인상으로 낸 이자가 은행의 성과급 잔치에 쓰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최근엔 전세자금대출로 규제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실수요자의 불안까지 커진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를 위한 투기성 대출을 차단하고자,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해당 조건은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주택 처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