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불장’이 청약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부동산 활황기인 2021년을 웃도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가 하면,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1년 사이에 40% 가까이 급등했다. 공사비 상승 여파와 맞물려 하반기 ‘상급지’ 내 분양이 다수 예정돼 있어 고공행진이 이어질 전망인 가운데 일부에선 강남권의 3.3㎡ 당 분양가가 내년엔 8000만원 수준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2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들어 이날까지 서울 지역 민간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1·2순위 통합)은 141.46대 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경쟁률(66.48대1)을 크게 웃도는 것이며, 부동산 시장 호황기인 2021년 경쟁률(110.3대 1)보다 높은 수준이다. 침체기인 2022년(26.38대 1)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높다.
이달 초 분양한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 레벤투스의 경우 75가구를 모집한 1순위 청약에 2만8611명이 몰려 평균 40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특히 84㎡A 타입의 경쟁률은 1034.8대 1에 달했다.
분양가도 치솟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지난 7월 서울시의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3.3㎡(1평)당 4401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198만원)과 비교해 37.6%가 올랐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84㎡로 환산하면 올해 7월 평균 분양가는 14억9657만원으로, 지난해 7월(10억8732만원)에 비해 1년 사이에 4억원 넘게 상승한 수준이다.
분양가의 가파른 상승은 공사비 상승 등과 함께 강남 등 상급지를 중심으로 분양 단지가 나온 영향이 크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에도 올해 강남권에서는 서초구 ‘메이플자이’(3.3㎡ 당 6705만원), 강남구 ‘래미안 레벤투스’(6480만원), ‘래미안 원펜타스’(6736만원)의 분양가가 3.3㎡ 당 6000만원대를 기록한 데 이어 9월 분양을 앞둔 ‘청담 르엘’이 3.3㎡ 당 7209만원의 분양가가 확정돼 분양가 상한제 단지 중 최고가를 새로 썼다. 3.3㎡ 당 1억1565만원의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한 광진구 ‘포제스한강’도 올해 분양한 아파트 단지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사업비 인상으로 인한 표준 건축비 상승과 토지 가격 상승분이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일부 고분양가 단지들의 공급 영향과 건설 단가 상승으로 하반기에도 서울 내 분양가 상승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도 "강남권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 평당 6500만원 전후로 청약 공급이 이뤄졌고, 이번에 청담 르엘이 7200만원대로 10%가량 급등해 올해까지 강남권 평균 분앙가는 평당 7000만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본형 건축비와 토지 가격 등을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 강남권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8000만원대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고분양가 흐름 속에 청약 시장에서 이탈하는 수요자들도 증가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548만9863명으로 전월 대비 1만6526명이 줄었다.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34만7430명이나 감소했다. 특히 1순위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전월 대비 5만2832명, 1년 전과 비교하면 46만7423명이나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