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먹고 자라는 부실채권(NPL) 시장이 본격적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건전성 관리에 시름하는 금융권이 NPL을 대거 내놓으며, NPL투자전문회사들이 저평가된 투자처를 고를 수 있는 환경이 됐다. NPL투자전문회사 상위 5곳의 순이익은 1년 새 평균 40% 이상 뛰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연합자산관리(유암코), 대신·우리금융·키움·하나에프앤아이 등 주요 5곳 NPL투자전문회사들의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 합계는 각각 6692억원, 187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8%, 43.0% 뛰었다.
유암코 관계자는 "NPL 시장 규모 성장에 따라 투자자산이 증가했고, 이자수익도 늘었다"며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투자한 상장기업의 주가도 오르며 평가이익이 증가,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하반기 시장 확대도 예상된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기업과 자영업자의 연체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권 또한 건전성 강화를 위해 NPL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
또한 상반기부터 진행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으며,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PF 사업장을 빠르게 경·공매해 재구조화를 진행하라고 금융사에 요구했다. 앞서 당국은 PF 규모가 작년 말 기준 약 230조원에 달하며 전체의 5~10%가량이 구조조정 대상일 것으로 예상했다. 11조5000억원에서 최대 23조원에 달하는 규모의 경·공매 매물이 앞으로 몇 달간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최원철 한양대 교수는 "당국 움직임에 따라 조만간 PF사업장이 대규모로 나올 예정"이라며 "강남 요지에 위치한 매물도 있을 정도로 물량이 많기에 NPL투자전문회사들은 골라서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PL투자전문회사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실탄 마련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키움에프앤아이는 이달 13일 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모회사인 키움증권에서 490억원, 2대주주 다우기술에게서 10억원을 지원받는다.
유암코는 올해 상반기 9000억원 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충했으며 하나에프앤아이 또한 상반기 6970억원을 회사채로 조달했다. 대신에프앤아이는 올해 3월에 144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NPL투자전문회사 관계자는 "NPL투자전문회사는 커지는 시장에 따라 자금을 확보해 왔다"며 "현재 가능성 있는 채권을 판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