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4쿼터다" "우리가 싸울 때 우리는 이긴다."
21일(현지시간) 사흘째를 맞아 절정에 가까워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후보 수락 연설로 뜨겁게 마무리됐다. 선거를 두달 반 남겨둔 현재를 미식축구 경기 후반부 '4쿼터'로 비유한 월즈는 유권자들의 결집을 촉구했다.
그와 함께 러닝메이트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이들도 일제히 해리스와 월즈 지원사격에 나섰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및 오프라 윈프리, 스티비 원더 등 각계 유명 인사들도 등장해 분위기를 달궜다.
미국 중서부 시골 지역인 네브래스카에서 태어나 주 방위군, 고등학교 사회 교사, 풋볼 코치로 활동한 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계로 진출한 자신의 얘기를 전한 월즈는 트럼프를 겨냥한 듯 "리더는 사람들을 모욕하고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며 하루를 보내지 않는다"며 "리더는 일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가 내건 공약 '프로젝트 2025'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중산층의 부담을 가중시키며 의회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낙태를 전면 금지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는 부유층 외에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공약들이라며, 어느새 유행어가 되어 버린 '이상한(weird)'이라는 말을 꺼내 "(트럼프의 공약이) 이상합니까? 틀림없습니다"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월즈는 난임 시술로 첫딸 '호프'를 어렵게 얻은 경험을 털어놓았고, 행사 도중에는 월즈가 지도했던 중년 남자 한 무리가 미식축구 유니폼을 입고 등장해 스승과의 추억을 언급하며 찬조 연설을 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또한 이날 행사에서는 클린턴과 윈프리 등도 연사로 나서 트럼프 비판에 가세했다. 클린턴은 "내가 강조하고 싶은 유일한 개인적 허영심은 도널드 트럼프보다 아직 어리다는 것"이라며 고령인 트럼프를 직격했다. 클린턴과 트럼프는 모두 1946년생으로 올해 78세이지만 8월생인 클린턴은 6월생인 트럼프보다 나이가 2개월 어리다.
클린턴은 이어 트럼프가 '본인'만을 생각하는 후보라며 "그는 '나, 나, 나, 나'(me me me me)라고 노래하는 테너와 같다.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하루하루가 '당신, 당신, 당신, 당신'(you you you you)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트럼프의 자기중심성과 해리스의 이타성을 대비시켰다.
깜짝 연사로 등장한 방송인 윈프리는 "우리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 우리가 할 일은 카멀라 해리스를 다음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성의 권리와 낙태권에 대한 옹호 발언을 내놓은 그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며 지지층의 결집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외 민주당 주요 중역들도 트럼프에 맹공을 펼쳤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트럼프 캠프를 민주주의의 '어둠'에 비유했고, 펠로시는 트럼프 치하 미국이 가장 어두운 시기였다며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점거 사태가 벌어진 2021년) 1월 6일은 우리 민주주의에 위험한 순간"이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도 격전지인 노스캐롤라이나 애쉬버러에서 유세를 하며 '국가 안보'를 외쳤다. 일각에서는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와의 단일화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대선 내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