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甲子園, 갑자원)'으로 불리는 '꿈의 무대'인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하는 역사를 썼다.
21일 닛칸스포츠, 아사히 등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교토국제고는 이날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소재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여름 고시엔 본선 준결승전에서 아오모리야마다 고교를 상대로 3-2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에 교토국제고는 오는 23일 오전 10시 같은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결승에서 간토다이이치고와 대결을 하게 됐다. 교토국제고는 지난 2021년 4강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으나 이번에 결승에 진출함으로써 사상 최고 성적을 거두게 됐다. 또한 교토 지역 팀이 이 대회 결승에 오른 것은 2005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국에 생중계됐다. 고시엔에서는 출전학교 교가가 연주되며 NHK는 모든 경기를 방송한다.
1947년 교토조선중학교라는 이름으로 개교한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가 설립한 한국계 민족학교로, 개교 후 꾸준히 발전해온 가운데 2003년 일본 정부 인가를 받아 2004년 교토국제중고등학교라는 이름으로 새로이 개교했다. 교토국제고 야구팀은 매 경기 한국어로 된 교가를 부르며 한국계 학교로서의 정체성을 되새기고 있다.
교토국제중고등학교는 중고교생 합쳐 총 학생 수 160명(여학생 87명)인 소규모 학교로 재적학생의 65%가 일본인이고 한국계는 약 30%이다. 고교생 138명 중 야구부 소속이 61명에 달한다.
1915년 시작돼 올해로 106회를 맞은 여름 고시엔은 일본의 대표적인 고교야구대회로, 현지 고교 야구 선수들에게는 '꿈의 대회'로 통한다. 올해는 일본 전역 3715개 학교 가운데 지역 예선을 거쳐 49개 학교가 본선에 올랐다. 교토국제고는 1999년 일본고교야구연맹에 가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