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스마트팜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상기후로 농산물 가격이 들썩이자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스마트팜이 대안으로 떠오른 모양새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9일 배추 소매가격은 포기당 6888원을 기록했다. 한 포기당 7000원에 근접한 셈이다. 이달 9일(5809원)과 비교하면 2주도 안 돼 약 19%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6.8% 비싸고 평년보다는 20.9% 높다.
장마·폭염에 따른 농산물 수급 불안이 매년 계속되면서 식품업계는 스마트팜 재배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팜이란 빛·온도·습도 등 작물 생육 환경을 제어해 날씨나 계절 변화에 상관 없이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수확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스마트팜은 기후 변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 인상 변수에도 대응할 수 있어 주목 받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월별 평균 기온이 해당 월의 장기 평균(1973~2023년) 대비 1년간 1℃ 상승하면 1년 뒤 농산물 가격은 2%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 보니 식품기업과 스마트팜 업체 간 협업은 늘고 있는 추세다. 농산물 가격 변동에 대응하는 동시에 수급 불안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스마트팜 재배 시설과 기술 등도 수출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평가다.
농심은 지난 2018년 사내 스타트업을 결성해 스마트팜 사업 초석을 다졌다. 당시 60평 규모 특수작물 연구를 위한 재배시설과 200평의 양산형 모델 스마트팜을 신설했다. 지난 2022년 11월에는 오만에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수출하는 첫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또 지난달에는 정부의 스마트팜 수출 활성화 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내년 말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역 4000㎡ 부지에 스마트팜 시설을 구축하고 운영할 예정이다.
아워홈은 안정적인 원료 수급과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스마트팜을 활용하기로 했다. 아워홈은 최근 스마트팜 전문업체 어그레이트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로메인 등 상추류와 샐러드 채소를 스마트팜 작물로 전환했다. 연간 100억원 규모 쌈채소와 샐러드 채소를 스마트팜 농작물로 전환할 경우, 안정적인 수급과 더불어 직거래로 유통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CJ프레시웨이도 스마트팜 전문업체 대동과 MOU를 맺고 ‘스마트 계약재배’ 사업 고도화에 속도를 낸다. 주요 품목은 양파, 마늘, 감자 등 B2B(기업간 거래) 식자재 시장 수요가 큰 노지 대형작물이다. 현재까지의 사업 추진 규모는 농지 면적 기준으로 약 4만5000평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상기후로 농산물 가격이 오를 경우 시차를 두고 다른 가공식품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면 스마트팜을 활용하면 날씨에 구애 받지 않고 농산물 물량의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다 보니 스마트팜에 눈독 들이는 기업들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