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김태헌 부장검사)는 가해 운전자 차모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차씨는 지난달 1일 오후 9시 26분경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빠져나와 시청앞 도로를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게 하고 5명이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렸고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이후 과학수사 기법을 활용해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이 아니라 차씨가 가속페달을 잘못 밟아 사고를 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검찰청은 '자동차 포렌식' 기술을 통해 사고 차량 전자장치(AVN)에 저장된 위치정보와 속도가 사고 전후 자동차 운행 정보가 저장되는 사고기록장치(EDR)와 블랙박스 영상의 속도 분석과 일치하는 점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는 이번 사건 원인을 두고 시종일관 급발진에 의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차량의 전자장치 저장 정보와 블랙박스 영상을 토대로 지하주차장을 지나 역주행이 시작될 무렵부터 차량 속도가 급증했다고 봤다.
또 차씨가 페달을 밟고 있는 상태에서 강한 외력이 작용해 발생한 우측 신발 바닥의 패턴 흔적이 브레이크(제동페달)가 아니라 가속페달과 일치한다는 점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조사 결과로 확인됐다.
한발 더 나아가 검찰은 국과수에 사고 차량에 대한 실험도 의뢰했다. 그 결과 '사고 당시 브레이크가 딱딱하게 굳어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았고, 제동등도 점등되지 않았다'는 차씨 측 주장도 신빙성이 부족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은 국과수 실험 결과 진공배력장치(작은 힘으로 밟아도 강한 제동력이 발생하도록 하는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브레이크가 딱딱하게 느껴지는 상황에서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제동장치가 작동하고 제동등이 켜지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공개된 사고 영상에 따르면 당시 차씨 차량은 역주행 동안에는 제동등이 켜지지 않았다. 당시 차씨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 12명(9명 사망, 3명 부상)을 덮치고, 교차로에서 통행 중이던 승용차 2대를 받은 뒤에야 제동등에 불이 들어왔다.
아울러 이날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다중 인명 피해 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이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검찰은 "가중처벌 규정이 도입되면 피해 규모나 죄질, 국민 법 감정에 맞는 엄중한 처벌이 가능해진다"며 "국민의 생명·신체·안전 등 기본권이 보다 철저히 보호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행법에 다수의 생명 침해 범죄에 대해 가중처벌 조항이 없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이번 사고도 가해자의 법정형은 금고 5년(경합범 가중 시 7년 6월)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