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일을 하면서도 서대문형무소에 시간 내 와본 적이 없었는데 8·15 광복절을 맞아 아이·어른 할 것 없이 즐길 수 있는 이벤트가 있다고 해서 왔고, 이 기회에 역사의식을 높일 기회가 돼 좋습니다.”(백경훈·33)
“광복절을 기념해서 아이들과 의미 있는 걸 해보려고 서울시 공공예약을 통해 항일유적탐방을 신청했는데 종로 도심에서 그냥 지나쳤던 곳들이 독립운동 유적지라는 걸 알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현명윤·45)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어서는 무더위에도 수많은 시민이 올해 제79주년을 맞은 8·15 광복절을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 집을 나섰다.
전날부터 서대문형무소에서 진행된 ‘2024 서대문독립축제’는 광복절을 맞아 이틀간 무료로 진행됐다. 이날 광복절 당일에는 오전부터 오후 2시를 넘어서까지 서대문형무소와 행사를 구경하기 위한 인파가 끝없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물론 이날 서대문형무소를 찾은 이들은 바람개비 모양의 태극기를 흔들며 광복의 바람, 독립 태극기 만들기, 형무소를 탈출하라! 등 준비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광복에 대한 의미를 새겼다. 이색 프로그램인 ’독립군 전투체험’에서는 아이들이 물총으로 박을 터트려 독립운동과 관련한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함으로써 무더위 속 역사 체험의 재미를 더했다.
광복절을 기념하는 모습은 다양했다. 태극기를 상징해 파란색과 빨간색이 섞인 운동복을 입은 러닝크루는 형무소 둘레를 달린 뒤 기념 영상을 찍고 있었다.
안승훈씨(38)는 “광복절을 맞아 의미 있는 러닝을 하고 싶어서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서대문형무소 안팎을 달렸고 이밖에 단체들이 함께해 플래시몹도 촬영하는 등 색다르게 이날을 기념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에는 종로 탑골공원을 시작으로 승동교회, 태화관, 김상옥 의거터 등 숨은 항일독립운동 유적지를 돌아보는 뜻깊은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서울시는 광복절에 앞서 ‘광복절 맞이 소울해치와 떠나는 항일유적탐방’이 진행된다고 알리고 가족 단위의 참여자를 모집했다.
정지인 서울시 문화유산보존과 주무관은 “현재는 사라진 항일독립운동의 역사적인 공간에 표석을 세운 게 74곳인데, 이곳들을 시민들께 알리고 도보로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이날 참여한 가족분들이 총 50여 명”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더위에 손풍기에 의지하면서도 장소 곳곳에 준비된 역사 퀴즈를 맞히고 해치 스티커를 받기 위해 열심이었다. 김시현군(11)은 “유명한 곳들 이외에 골목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역사를 추가로 더 배울 수 있어 좋았다”며 “이제 보신각에 가서 타종식을 구경할 거다”라고 말했다.
항일유적탐방길의 마지막은 보신각으로 이어졌다. 종로 보신각에서는 타종식에 앞서 시민, 독립유공자 후손 등 시민 총 500여 명으로 꾸려진 ‘시민 대합창단’의 노래가 펼쳐졌다.
현장 부스에 마련된 태극기 페이스페인팅, 퀴즈이벤트에는 중국, 프랑스 등에서 관광을 온 외국인들까지 참여했다. 3살짜리 아이에서부터 외국인, 타종식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손에는 태극기가 흔들리고 있었고 33번의 종이 울렸다.
1949년 8월 15일 시작된 광복절 기념 타종은 올해로 76번째를 맞았다. 올해는 고(故)허석 의사의 내손(5대손)이자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허미미 등이 타종인사로 참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타종식에 참석해 타종을 마친 뒤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독립 만세’를 삼창하고 보신각을 찾은 시민 500여 명과 광복절 노래, 서울의 찬가를 합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