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내 주요 인사들과 오찬 회동을 이어가며 당내 저변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 초 5선 의원 오찬을 시작으로 중진 의원들과 수차례 식사 자리를 했고, 곧 당 상임고문들과도 오찬이 예정돼 있다. 당 일각에선 외부 영입 인사인 한 대표가 '오찬 정치'를 통해 당내 기반을 닦으려는 노림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지난 5일부터 당내 주요 인사들과 오찬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당내 최다선인 조경태 의원(6선), 5선인 권성동 의원과 오찬한 것을 시작으로 이튿날엔 주호영(6선)·권영세·윤상현·조배숙 의원(5선)과 만났다.
한 대표의 오찬 정치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6일 오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대표가 당을 변화시키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선 조배숙 의원 제안으로 호남 지자체와 자매결연을 맺고 해당 지역 예산 확보와 지역 현안 해결을 돕는 '호남 동행' 추진 의사를 전달받아 시행한다는 결정도 했다.
12일 오찬에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을 반대하는 4선 의원들 의견도 청취했다. 대부분 참석자들이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문제와 의·정 갈등에 대한 의견도 교환하는 등 소득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식사 분위기는 무겁지 않고 편안하게 진행됐다"며 "당내에 산적한 여러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한 대표 생각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공감할 내용이 많았기에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오찬 정치는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못하는 체질인 한 대표가 나름 노력하는 방식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한 대표는 지난달 24일 윤석열 대통령 초청 용산 만찬에서도 술 대신 제로 콜라를 마셨다. 당시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검사 시절 '와인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다가 뻗어버린 일화를 소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신임 대표로 선출된 후 친한동훈계 인사들과 진행한 캠프 해단식 자리에서도 잔에 콜라를 따른 채 건배사를 했다는 일화도 있다.
영남 지역구인 한 국민의힘 의원은 "술을 마시지 못하는 한 대표 나름대로 소통하는 방식으로 보인다"며 "당 활동을 한 것은 비대위원장 시절부터 포함해도 1년이 채 되질 않으니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통 창구를 넓혀가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