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 종목 선수 144명으로 이뤄진 '소수 정예' 한국 선수단은 파리 올림픽 폐회를 하루 앞둔 11일(한국시간) 현재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해 종합 순위 8위를 달리고 있다. 2012 런던 대회 이후 12년 만의 최대 성과다.
압도적인 활 솜씨를 세계만방에 뽐낸 한국 양궁은 5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하며 새 역사를 썼다.
개막 이틀째 여자 단체전을 시작으로 남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혼성전), 여자 개인전(임시현), 남자 개인전(김우진) 금메달을 차례로 쓸어 담았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올랐던 임시현은 올림픽 무대에서도 3관왕에 등극하며 세계 최강의 여궁사임을 입증했다.
'에이스' 김우진(청주시청)은 남자 양궁 첫 3관왕에 오름과 동시에 한국인 올림피언 통산 최다 금메달(5개)의 대업을 이뤄내며 '고트'(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 선수)라는 단어를 얻었다.
올림픽 개막 이틀째인 지난달 28일, 금메달 후보인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 예상대로 펜싱 사브르 남자 개인전에서 대회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4년 한국 사브르 최초로 고교생 국가대표가 된 오상욱은 전성기를 맞은 2019년에는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오상욱은 지난 6월에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개인과 단체전 모두 우승하며 분위기를 바꿨고, 파리 올림픽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개인전 그랜드 슬램'이라는 새역사를 썼다.
오상욱을 필두로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대전광역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이 호흡을 맞춘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단체전에서 3연패를 달성했다.
여기에 윤지수, 전하영(이상 서울특별시청), 최세빈(전남도청), 전은혜(인천광역시 중구청)가 호흡을 맞춘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프랑스를 격파하고 사상 첫 결승 진출과 함께 은메달을 따냈다.
개막 첫날 24세 동갑내기 박하준(KT)과 금지현(경기도청)은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면서 은메달을 명중해 이 종목 한국 첫 메달리스트가 됐다.
오예진(IBK기업은행)과 김예지(임실군청)는 공기권총 10m 여자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쓸면서 한국은 메달 행렬에 속도를 붙였다.
여자 25m 권총 결승에 나선 양지인(한국체대)은 프랑스의 카밀 예드제예스키와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2003년생인 양지인은 4년 뒤 열리는 LA 올림픽에서도 가장 높이 서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16세 고교생 명사수 반효진(대구체고)은 역대 한국 선수단 하계올림픽 100번째 금메달 수확과 하계 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김예지는 차가운 눈빛과 사격 자세와 실력으로 미국 NBC가 뽑은 올림픽 10대 스타에 선정되며 더욱 눈길을 끌었다. NBC는 '온라인상에서 팬들로부터 사격 실력과 스타일로 화제가 됐다. 007도 넘어설 기세'라고 소개했다.
한국 양궁과 펜싱, 사격의 신화는 4년 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