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잔액이 매월 최고치를 경신 중인 가운데 정책대출이 주택담보대출 상승세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례대출 주 수혜층인 30대를 중심으로 부동산 구입 수요가 몰리고 있어 연말로 갈수록 이 같은 흐름은 보다 강해질 전망이다.
11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은행권 재원으로 집행된 디딤돌(매매)·버팀목(전세) 대출, 즉 정책대출 규모는 총 18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26조1500억원) 중 69.2%에 달한다.
정책대출은 금리가 최저 1%대로 시중은행 대비 절반도 안 되는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받지 않아 쏠림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존에 실행한 대출이 없고 다주택자가 아니라면 '영끌 투자'가 가능한 셈이다. 이에 부동산 수요는 있지만 자금은 부족한 30·40대가 주로 정책대출을 활용해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 2만4775건 중 30대는 32.5%, 40대는 31.1%를 차지했다. 두 연령대 매매 비중은 63.6%다. 이들은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와 앞으로 아파트 공급 부족 상황 등을 고려해 가격이 더 뛰기 전에 적극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앞으로다. 관련 부처 간 엇박자가 이어지면서 가계대출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원회는 하반기 최우선 과제로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강조하면서 은행들을 옥죄고 있지만 기금 운용 주체이자 정책대출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정책상품 예산을 늘리고 기준은 낮춰 사실상 가계대출 증가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하반기부터 디딤돌·버팀목 대출자금이 기존 21조원에서 44조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난다. 신혼부부 대상 주택 구입, 전세자금 특례대출 소득 요건은 전세 연 6000만원, 매매 연 7000만원에서 전세 7500만원, 매매 8500만원으로 완화한다.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기준도 기존 부부 합산 연 1억3000만원에서 3분기 중에는 2억원, 내년에는 2억5000만원까지 확대된다. 대출 문턱이 낮아지면 그간 소득 기준에 막혀 대출받지 못했던 맞벌이 가구에서 신청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소득 기준 완화로 신생아 특례대출은 연말까지 총 10조원이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서 신생아 특례대출 같은 저리 정책자금을 이용해 급매물을 잡으려는 실수요자가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며 "전셋값이 꾸준히 오르는 상황이라 대환대출보다는 매입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