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치명적 약점은 장래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쉽게 예견할 수 있으면서도 당장 생존에 급급해 일을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기업의 행태도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의 이익에 급급해 미래에 닥칠 불이익을 간과하는 것이다. 때로는 현상에 대한 오판으로 무분별한 행동을 강행함으로써 낭패를 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30여 년 동안 중국에서 사업을 하던 한국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기업의 크기와 무관하게 그들의 생존 구조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현상을 반영하고 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문제는 예상보다 빨리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 혹은 상품의 위협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분위기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 시기가 한국 기업에 준 당근도 많았다.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 할 시기가 온 것일까. 일본 기업도 유사하게 한국 기업 혹은 상품에 해외 시장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다만 다른 점이라고 하면 그들은 한국에서 원천 기술을 넘겨주지 않게 철저하게 차단막을 쳤다. 여전히 매년 200억 불 내외의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적자로 반전되어 만성적으로 굳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작년 처음으로 대중(對中) 적자가 180억 불에 달하더니 올해는 상반기 말 기준 54억 달러의 적자를 보였다. 중국과의 무역 지형이 단번에 역전, 회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희박해지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을 우리 상품의 제2의 내수시장으로 만들자고 목청을 높였다. 갑자기 그런 소리가 자취를 감추었다. 중국에 팔 수 있는 상품은 급격히 줄어들고 중국에서 사들여와 할 상품 가지 수만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손색없는 품질에다 가성비를 장착한 중국산의 한국 시장 공습이 거세다. 일반 소비재에 이어 내구재인 가전제품에서마저 중국 상품에 1위 자리를 내주고 있는 형편이다. 로봇 청소기 경우 한동안 한국 시장에 재미를 보던 영국의 ‘다이슨’을 물리치고 ‘차이슨’이라는 닉네임이 붙은 중국산이 내수시장을 유린 중이다. 상용차에 이어 중국산 전기 승용차까지 침투 태세를 갖추면서 시장이 격변할 조짐까지 보인다. 한국 시장이 중국 상품의 해외 시장 진출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다.
해외 시장은 어떤가? 미·중 격돌 격화로 중국 기업 혹은 상품에 대한 서방의 압력이 더 거칠어지고 있다. 내수시장 부진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갈수록 공격적으로 바뀌는 중이다. 과잉 생산의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인 중국 기업으로서는 고육지책이다. 미국이나 서유럽의 중국산에 대한 고관세 부과를 비롯한 수입 규제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중국에 대한 이러한 전방위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유럽 시장 내에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규모나 중국산 시장점유율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을 대체하고 있는 동남아나 인도로의 수입선 다변화가 아직 본궤도에 올라가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방 시장에서조차 중국 상품에 밀리면 해외 시장에서 승기 잡기 어려워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의 특징이 또 있다. 중국 기업이 ‘메이드 인 차이나’에 그치지 않고 수입 장벽의 파고를 넘기 위해 해외로의 중국 공장 수출을 과감하게 확대하면서 현지 생산을 늘리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 또 다른 변수로 해외 중국 공장이 또 다른 변수로 대두하고 있다. 보조금 혜택, 관세 폭탄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미국이나 서유럽에 직접 들어가 공장을 짓는 사례가 대폭 늘어났다. 한편으론 니어쇼어링의 방편으로 멕시코나 동유럽이 공장을 만들어 목표 시장을 우회 진출하는 것에도 한층 열을 올리는 중이다. 태양광, 전기차, 배터리, 전기차 등이 대표적인 품목군이다.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추가적인 압박이 가해질 조짐을 보이자 유럽 기업과 제휴하여 중국 색깔을 희석하는 다양한 전술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 공장의 해외 투자 진출 거점에는 한국도 포함된다. 미국 등 서방 우회 수출 기지로 활용함과 동시에 첨단기술을 빼가려는 이중적 포석이 엿보인다. 올해 상반기만 중국 기업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가 38억 달러(홍콩 투자 8억 달러 포함)에 달해 작년 전체 규모의 2배를 넘었다. 76%가 제조업 투자로 한국의 주력 업종인 반도체 등 전기·전자나 2차 전지 등 화학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지난 2005년에 들어왔다고 2009년에 철수한 상하이車의 쌍용차 기술 먹튀 논란이 생생하게 기억된다. 사면초가에 빠진 중국 기업이 살기 위한 전방위적 몸부림이 글로벌 생산 지형을 흔들고 있다. 그 과정에 자칫하면 한국 기업이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늦추면 큰코다친다.
수출 회복세가 뚜렷하다. 이와는 별개로 해외 시장 환경은 실시간으로 급변한다. 자칫 넋을 놓고 있다가는 일순간에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을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수출 전선의 최대 복병은 중국산이다. 중국 상품의 범람을 억제하려는 보호무역의 깃발도 드세지만 이를 헤쳐나가는 중국 기업의 선택지도 그 못지않게 많다. 한국 기업도 중국 생산을 축소하면서 글로벌 리밸런싱(재균형)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중국 본토 제품과 중국 기업 해외 공장 제품과의 치열한 한판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고 있다. 온통 지뢰밭이지만 이를 제거하거나 피해 나가지 못하면 한국 무역의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한다. 안방 시장에서 중국산에 밀리면서 어떻게 해외에서 이들의 추격을 뿌리치겠는가.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 시기가 한국 기업에 준 당근도 많았다.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 할 시기가 온 것일까. 일본 기업도 유사하게 한국 기업 혹은 상품에 해외 시장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다만 다른 점이라고 하면 그들은 한국에서 원천 기술을 넘겨주지 않게 철저하게 차단막을 쳤다. 여전히 매년 200억 불 내외의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적자로 반전되어 만성적으로 굳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작년 처음으로 대중(對中) 적자가 180억 불에 달하더니 올해는 상반기 말 기준 54억 달러의 적자를 보였다. 중국과의 무역 지형이 단번에 역전, 회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희박해지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을 우리 상품의 제2의 내수시장으로 만들자고 목청을 높였다. 갑자기 그런 소리가 자취를 감추었다. 중국에 팔 수 있는 상품은 급격히 줄어들고 중국에서 사들여와 할 상품 가지 수만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손색없는 품질에다 가성비를 장착한 중국산의 한국 시장 공습이 거세다. 일반 소비재에 이어 내구재인 가전제품에서마저 중국 상품에 1위 자리를 내주고 있는 형편이다. 로봇 청소기 경우 한동안 한국 시장에 재미를 보던 영국의 ‘다이슨’을 물리치고 ‘차이슨’이라는 닉네임이 붙은 중국산이 내수시장을 유린 중이다. 상용차에 이어 중국산 전기 승용차까지 침투 태세를 갖추면서 시장이 격변할 조짐까지 보인다. 한국 시장이 중국 상품의 해외 시장 진출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다.
해외 시장은 어떤가? 미·중 격돌 격화로 중국 기업 혹은 상품에 대한 서방의 압력이 더 거칠어지고 있다. 내수시장 부진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갈수록 공격적으로 바뀌는 중이다. 과잉 생산의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인 중국 기업으로서는 고육지책이다. 미국이나 서유럽의 중국산에 대한 고관세 부과를 비롯한 수입 규제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중국에 대한 이러한 전방위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유럽 시장 내에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규모나 중국산 시장점유율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을 대체하고 있는 동남아나 인도로의 수입선 다변화가 아직 본궤도에 올라가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방 시장에서조차 중국 상품에 밀리면 해외 시장에서 승기 잡기 어려워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의 특징이 또 있다. 중국 기업이 ‘메이드 인 차이나’에 그치지 않고 수입 장벽의 파고를 넘기 위해 해외로의 중국 공장 수출을 과감하게 확대하면서 현지 생산을 늘리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 또 다른 변수로 해외 중국 공장이 또 다른 변수로 대두하고 있다. 보조금 혜택, 관세 폭탄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미국이나 서유럽에 직접 들어가 공장을 짓는 사례가 대폭 늘어났다. 한편으론 니어쇼어링의 방편으로 멕시코나 동유럽이 공장을 만들어 목표 시장을 우회 진출하는 것에도 한층 열을 올리는 중이다. 태양광, 전기차, 배터리, 전기차 등이 대표적인 품목군이다.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추가적인 압박이 가해질 조짐을 보이자 유럽 기업과 제휴하여 중국 색깔을 희석하는 다양한 전술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 공장의 해외 투자 진출 거점에는 한국도 포함된다. 미국 등 서방 우회 수출 기지로 활용함과 동시에 첨단기술을 빼가려는 이중적 포석이 엿보인다. 올해 상반기만 중국 기업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가 38억 달러(홍콩 투자 8억 달러 포함)에 달해 작년 전체 규모의 2배를 넘었다. 76%가 제조업 투자로 한국의 주력 업종인 반도체 등 전기·전자나 2차 전지 등 화학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지난 2005년에 들어왔다고 2009년에 철수한 상하이車의 쌍용차 기술 먹튀 논란이 생생하게 기억된다. 사면초가에 빠진 중국 기업이 살기 위한 전방위적 몸부림이 글로벌 생산 지형을 흔들고 있다. 그 과정에 자칫하면 한국 기업이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늦추면 큰코다친다.
수출 회복세가 뚜렷하다. 이와는 별개로 해외 시장 환경은 실시간으로 급변한다. 자칫 넋을 놓고 있다가는 일순간에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을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수출 전선의 최대 복병은 중국산이다. 중국 상품의 범람을 억제하려는 보호무역의 깃발도 드세지만 이를 헤쳐나가는 중국 기업의 선택지도 그 못지않게 많다. 한국 기업도 중국 생산을 축소하면서 글로벌 리밸런싱(재균형)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중국 본토 제품과 중국 기업 해외 공장 제품과의 치열한 한판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고 있다. 온통 지뢰밭이지만 이를 제거하거나 피해 나가지 못하면 한국 무역의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한다. 안방 시장에서 중국산에 밀리면서 어떻게 해외에서 이들의 추격을 뿌리치겠는가.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