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지는 해' 중국과 베트남 …우리 기업의 대안은

2024-06-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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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동서울대 중국비지니스학과 교수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글로벌 경제에 변수와 상수는 늘 존재한다. 수의 크기와 길이가 지각을 변동시키기도 하고, 일시적인 충격파에 그치게 하기도 한다. 때로는 변수가 상수가 되면서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의 일련의 상황을 보면 전자에 가깝다. 3년간의 홍역을 치른 끝에 코로나19는 이미 과거가 되었다.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이스라엘-가자, 2개의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10여 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미-중 충돌은 이제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어 지형 변화의 중요한 촉매제로 작용한다. 이변이 없는 한 당분간은 그칠 공산이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공급망 재편, 전략 기술·자원 동맹 등 미·중 사이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각국의 움직임이 가시적이다.
 
다만 국가에 따라 이익을 보는 국가가 있는 반면에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국가도 있어 공평하지 않다. 기존에 수혜를 누리던 국가들이 퇴조하는 대신에 새롭게 부상하는 국가들의 기세가 거세다. 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국가가 중국과 베트남이라면 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국가는 인도와 멕시코다. 중국 경제는 일시적인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시들하다. 베트남 경제도 작년 10년 만에 최저점을 찍고 올해 들어 상승세에 있기는 하지만 과거에 비교해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인도는 중국을 대체하는 세계의 공장으로, 멕시코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보호무역 확산에 따른 북미 시장 우회 진출 전진기지로 니어쇼어링의 이득을 톡톡히 보고 있는 국가들이다.
 
중국과 베트남 경제에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와 정치 불확실성의 가중에 있다. 시진핑 3기 정권 출범이 중국에 약이 될 것인지, 아니면 독이 될 것인지에 대해 섣부른 평가를 하기에는 시기상조지만 전반적인 흐름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소위 중진국 함정이라는 시장 경제의 모순이 두드러지면서 내부 동요가 심상치 않다. 체제 공고화와 성장·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내건 ‘공동 부유’가 전혀 작동하지 않으면서 마침내 폐기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전방위적 압력에 강력하게 버티고 있다지만 가랑비에도 옷 젖는다고 수출과 내수에 미치는 악영향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대내외 악재 중첩으로 허덕거린다.
 
그렇다고 중국 경제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정도로 허약하지 않다. ‘과학 굴기’를 비롯해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 변신하는 힘은 여전히 강력하다. 그러나 정부만 보이고 민간의 활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 고도 경제성장의 주력 병기인 민영 기업이 살아나지 않고서는 지속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을 떠나는‘차이나 런(China Run)’현상은 더 속도를 낸다. 자본과 기업만 떠나는 것이 아니고 사람도 보따리를 싼다. 중국에 희망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매년 늘어나 올해는 상반기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1.5만 명이 중국을 떠났다. 오랫동안 세계 금융 허브로 주목을 받던 홍콩은 일개 변방 도시로 전락하고 있고, 지방 도시들의 쇠락도 심상치 않다. 톈진이나 다롄 등이 대표적 도시다.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동유럽 등이 한국 기업에 대안 진출 지역으로 부상
 
베트남 경제도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정치적 불안정이 경제를 발목을 잡는 상황이 진행 중이다. 1년 만에 국가주석 2명 중도에 하차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내걸고 있기는 하지만 권력투쟁이 심상치 않다. 반부패 작업이 대대적으로 전개되면서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고 투자 심리고 크게 위축되었다. 코로나를 권력 강화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중국과 유사한 현상이 베트남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곳곳에 적신호가 켜졌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실적도 당연히 타격을 받고 있다. 베트남 진출 상징 기업인 삼성의 위상도 과거와 같지 않다. 외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한국 기업의 투자도 이에 편승해 감소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중국에 이어 대안 둥지로 베트남을 쳐다보던 한국 기업에 새로운 도전이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 보면 올 것이 좀 빨리 온 것이다.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경향을 보면 대기업이 현지에 먼저 깃발을 꽂으면 중소기업이 뒤를 따르는 선단식 진출이 대세다. 대기업이 현지에서 문제가 생기면 더 큰 여파가 동반 진출 중소기업에 미친다. 기본적으로 중국과 베트남은 사회주의에다 공산당 일당 독재로 정치 환경이 급변하면 외국 진출 기업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공산이 크다. 이를 간과하고 묻지 마 식 투자 진출을 하면 언젠가는 변화로 인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상황 변화에 대한 상시적 경계와 더불어 특정 국가에 몰방하지 말고 포트폴리오(분산) 투자를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인도는 모디 정권이 가까스로 3연임에 성공했지만, 정치적인 안정감이 많이 훼손되었다. 멕시코는 좌파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면서 6년 더 통치하게 되었다. 인도와 멕시코가 중국이나 베트남과 다르게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정치가 이루어지고 있고, 시장 경제의 연속성이 보장되고 있는 점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우리와 거리가 먼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한동안 관심권에서 멀어졌던 국가들에 대해 다시 주목할 필요도 있다. 말레이시아는 빅테크들이 몰려가면서 동남아의 실리콘밸리로 부상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거대 인구와 저임금을 배경으로 한국 기업들의 노크가 재개하는 국가다. 한편 유럽의 보호무역 파고를 넘는 방편으로 헝가리나 폴란드 등도 동유럽 진출 전진기지로 뜬다.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더 큰 안목으로 해외를 봐야 하는 이유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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