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엔비디아, 구글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7)의 시가총액이 하루 새 1000조원 넘게 증발했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에 인공지능(AI) 거품론, 엔 캐리 트레이드(저렴한 엔화로 사들인 해외자산을 되파는 현상) 청산, 중동 전쟁 위기 고조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다. 여기에 엔비디아는 신형 반도체 연기, 구글은 미 법무부가 제기한 ‘구글 검색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하는 등 악재까지 겹쳤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33.99포인트(-2.60%) 내린 3만8703.27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0.23포인트(-3.00%) 하락한 5186.33에 장을 닫았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76.08포인트(-3.43%) 밀린 1만6200.08에 폐장했다. 특히 다우 지수와 S&P500 지수는 2022년 9월 13일 이후 약 2년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 마감했다.
이날 애플 시총이 3조3420억 달러에서 3조1810억 달러로 1610억 달러 줄어든 것을 비롯해 엔비디아 몸집도 2조6390억 달러에서 2조4700억 달러로 1690억 달러나 쪼그라드는 등 이날 M7의 시총은 약 8000억 달러(1096조원) 감소했다.
애플의 하락 폭이 커진 배경에는 ‘투자의 달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2분기 들어 보유 중인 애플 주식 절반을 팔았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사실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 3일 발표한 2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차세대 칩 출시가 당초 예정보다 최소 3개월 늦춰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낙폭이 커졌다. 정보기술(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엔비디아가 고객사인 MS와 다른 1곳의 클라우드 업체에 뒤늦게 발견된 결함 때문에 AI 칩 신제품 블랙웰 B200 생산 지연 사실을 통보했다고 지난 3일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현재 반도체 생산업체인 TSMC와 새로운 테스트 작업을 진행 중이며 내년 1분기까지는 이 칩을 대규모로 출하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구글이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구글 검색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소식은 알파벳 주가를 끌어내렸다. 구글은 항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번 판결은 인터넷 검색을 주 수입원으로 삼는 구글에 커다란 타격이며 AI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회사의 앞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법무부의 판결에서 구글에 직접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구글이 회사 운영을 바꾸거나 일부 사업을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소송 결과가 애플, 아마존, 메타 등 다른 기업의 반독점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날 M7의 폭락세가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공황, 비이성적인 글로벌 매도에서 벗어나 성장 테마를 주도하는 최고의 기술기업, 승자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