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아시아증시가 급락 하루 만에 급반등하며 V자 반등을 연출했다. 전날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인공지능(AI) 거품론 및 중동 불안 등 겹악재에 속절 없이 무너졌던 증시가 이날은 급락 후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며 급반등했다.
전날 일간 기준 최대 낙폭인 4451.28포인트(12.4%)를 기록하며 3만1458.4까지 곤두박질쳤던 일본증시의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이날은 반대로 일간 사상 최대 상승폭인 3217.04포인트(10.23%)의 상승을 기록하며 단숨에 3만4675.46까지 올라섰다. 이전까지 일간 최대 상승폭은 1990년 10월 2일 기록한 2677포인트였다. 또한 전날 12%가량 급락했던 도쿄증권거래소 주가지수(토픽스) 역시 이날 9% 이상 급등했다.
이날 아시아장에서 미국 주가지수 선물이 1% 전후의 반등을 나타내며 투자 심리 안정 조짐을 보인 것이 반등의 계기로 작용한 모습이다. 앞서 전날 글로벌 증시가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에 폭락하자 5일(현지시간)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 등 주요 연준 인사들이 필요 시 연준의 대응 가능성을 시사하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고, 또한 같은 날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1.4를 기록해 예상치(51.1)와 전월치(48.8)를 모두 상회한 것 역시 다소간의 호재로 작용했다.
글로벌 금융거래 플랫폼업체인 시티 인덱스의 매트 심슨 선임 시장 연구원은 "닛케이는 전날 급락 이후 양호한 반등을 선보였다"며 "연준의 데일리 발언과 ISM 서비스 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다음 주 연준의 패닉 금리 인하 우려를 누그러뜨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은 리스크 온(위험 선호 심리 개선)에 따른 랠리 같은 것은 아니고, 투자자들이 좁은 출구로 대거 몰리면서 나타난 비정상적 투매 후 정상적 조장이 나타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와중에 전날 장 중 달러당 141엔대까지 떨어졌던 엔 환율도 이날 아시아장에서 1% 이상 상승해 146엔 가까이 오르면서 반등에 힘을 더했다. 엔 환율 상승은 엔화 가치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주들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전날 8% 이상 급락했던 대만 자취안지수는 이날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수탁 생산) 1위 업체 TSMC가 8% 급등한 데 힘입어 3.38% 올랐고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주요 아시아 증시들도 대부분 전날 하락 후 반등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 아시아 증시가 추가적으로 반등을 이어갈지 여부는 불확실한 모습이다. 지난주 미국 고용지표 부진 이후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진 데다 일본은행 금리 인상, AI 거품론 및 중동 불안 등 리스크 요인들이 여전히 산재한 상황에서 당분간 투자 심리 역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크레디트리요네(CLSA) 도쿄 지점의 가마이 다케오 트레이딩 책임자는 일본증시에 대해 "시장이 크게 반등했지만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여부, 연준의 금리 인하 여부 등 전체적인 불확실성들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전했다.
호주 금융서비스업체 콘베라의 보리스 코바세비치 거시 전략가는 아시아증시와 관련해 "역대급 투매를 보인 상황에서 증시 바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며 "투자자들은 자금을 다시 증시로 투입하기 전에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했다.
샌포드 번스타인의 루팔 아가왈 아시아 퀀트 전략가 역시 "어제 시장 반응이 다소 과도했기 때문에 오늘 이런 급반등이 나타났다"며 "시장은 당분간 변동성 있는 움직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