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가치가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경기가 냉각 조짐을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가 9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영향이다. 다만 중국 경제가 강력한 회복 신호를 보이지 않는 이상 위안화 강세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역외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7.08위안대까지 내려갔다. 이후 소폭 상승해 전장 대비 0.21% 하락한 7.14525위안에 마감했다. 이는 올해 1월 2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환율이 하락한 것은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ANZ의 고 쿤 아시아 리서치 책임자는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달러화 약세로 시장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고, 이는 위안화 가치가 급등한 핵심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이후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것도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렸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인 일본에서 돈을 빌려 고금리인 미국 등 해외 자산에 재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위안화는 올해 초 이후 계속해서 평가절하 압력을 받아왔다. 중국은 경기 둔화로 통화 완화 기조를 강화해 왔고, 연준은 피벗(통화정채 전환) 시점을 계속해서 미루면서 미중 간 금리차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위안화 강세도 중국의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성기용 소시에테제네랄 아시아지역거시경제전략가는 “우리는 위안화의 지속적인 평가 절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중국의 (약한) 회복 모멘텀조차 고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만약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지고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된다고 해도 (중국의) 경제 상황은 위안화의 지속적인 상승을 뒷받침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7.1위안 수준까지 회복된 이후 점진적으로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다르게 엔화는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싱가포르 OCBC 은행의 금리전략가인 프랜시스 청은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가 앞당겨지고 인하 폭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위안화는 아직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매파(긴축 통화정책 선호)적인 일본은행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연준과 만나면서 수익률 차이가 엔화에 점점 더 유리해질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