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은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9위 허빙자오(중국)를 2-0(21-13 21-16)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배드민턴이 올림픽 단식 정상에 오른 건 역대 두 번째이자 28년 만이다.
대한민국 선수단에 이번 대회 11번째 금메달을 안긴 안세영은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털어놨다.
시상식을 마치고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안세영은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조금 많이 실망했었다”면서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은 조금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우선 이날 안세영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을 다치게 됐던 과정, 그 이후 대표팀의 대처 과정을 지적한 것으로 보였다. 안세영은 지난해 10월 천위페이(중국)와의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을 다친 뒤 올림픽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안세영은 이어진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제가 부상을 겪는 상황에서 대표팀에 대해 너무 크게 실망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며 “처음에 오진이 났던 순간부터 계속 참으면서 경기했는데 지난해 말 다시 검진해보니 많이 안 좋더라. 꿋꿋이 참고 트레이너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10월 첫 검진에서 짧게는 2주 재활 진단이 나오며 큰 부상을 피한 줄 알았지만, 재검진 결과 한동안 통증을 안고 뛰어야 한다는 소견이 나왔었다.
안세영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선수 관리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떠넘기는 협회나 감독님의 기사들에 또 한 번 상처를 받게 된다”며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달라. 제가 하고픈 이야기들에 대해 한 번은 고민해주시고 해결해주시는 어른이 계시기를 빌어본다”는 글을 남겼다.
안세영의 폭탄발언은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한 대중의 비판으로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협회가 얼마나 썩어빠졌길래 금메달을 딴 선수가 그 여흥도 못 즐기고 이런 이야기를 할까", "안세영 선수가 총대 메고 얘기한 것 같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땄으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전에 폭로했으면 누가 들어주기나 했을까", "부상에도 협회 갑질에도 이 악물고 열심히 한 안세영 선수가 대단하다" 등 안세영 옹호발언을 쏟아냈다.
안세영은 6일 프랑스 파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리는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사실 이날 혼합 복식 은메달을 딴 김원호(25·삼성생명)-정나은(24·화순군청)과 안세영이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다.
안세영의 불참 의사는 금메달 획득 이후 이뤄진 인터뷰에서 협회와의 갈등을 공개적으로 밝힌 여파로 보인다.
대한체육회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기자회견에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협회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동아일보, CBS노컷뉴스 등 일부 매체와 통화에서 "부상과 관련한 대처에는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그동안 대표팀 운영에 문제가 없었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현 배드민턴협회장은 김택규 회장이 맡고 있다. 충남배드민턴협회장을 역임한 후인 2021년 1월 제31대 회장에 선출됐다. 동호인 출신인 김 회장은 취임 후 도쿄 올림픽을 치를 당시 "당장의 성적보단 중장기적 안목으로 한국 배드민턴계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표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협회 측은 "세계 최고의 선수가 제대로 회복해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협회로서도 좋은 일 아니겠냐"며 "이에 협회는 해외 전지 훈련에 따로 한의사를 보내 치료와 재활에 도움을 주는 등 선수 몸 상태를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고 항변했다.
협회 관계자는 "안세영이 대표팀 활동에 대해 불만을 지속적으로 표출했다. 협회도 계속 면담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는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개선 조치 필요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다른 종목들도 선수 관리를 위해 개선할 점이 있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