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테크 산업의 새로운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오일머니에 뛰어드는 글로벌 투자사들과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신기술 기반 투자에 집중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스타트업들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꾸준히 현지 투자시장을 두드려 투자 과실을 맺은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을 신속하게 개척하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으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이 눈에 띈다. 리벨리온은 한국 스타트업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그룹 아람코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특히 사우디 정부가 소버린(Sovereign·주권) AI를 목표로 자체적인 AI 인프라와 서비스 구축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사우디 현지 법인도 설립할 예정이다. 리벨리온은 올 초 시리즈B 투자를 1650억원 규모 유치하는 등 누적 투자 금액이 3000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사우디에서 초기 AI스타트업 육성에 나선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스파크랩그룹은 사우디 AI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인 ‘AIM-X’ 운영을 확정지었다. 최대 20만 달러(약 2억7700만원)의 투자금과 함께 AI 전문가의 맞춤 멘토링, 네트워킹 등을 제공해 사우디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사우디 호스피탈리티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글로벌 호스피탈리티 테크 기업 H2O호스피탈리티는 우디아라비아 정부 스타트업 육성 전문기관인 ‘NTDP(National Technology Development Program)’와 H2O의 사우디 사업 확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계약했다. 중동이 아닌 아시아 국가 스타트업 중에서 NTDP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건 H2O가 처음이다.
건설 현장 안전을 위한 드론 기반 디지털 트윈 기술 기업 엔젤스윙은 사우디 건설 프로젝트를 디지털화하고 현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우디 투자부를 비롯한 정부기관들과 협약을 체결하며 한국 기술 기업 우수성을 증명하고 사업도 확장 중이다.
정부도 사우디와 스타트업 협력 확대를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중소벤처·스타트업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해 한·사우디 정책협의체를 추진한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29일 서울 63빌딩에서 마지드 빈 압둘라 알카사비 사우디 상무부 장관을 비롯한 상무부 사절단과 양자 면담을 하고 정책협의체 신설을 제안했다.
또한 오는 11월 개최 예정인 사우디 최대 스타트업 행사 ‘비반(BIBAN) 2024’에 한국 기업 참여 확대를 위해 상무부 측에 협조를 요청하고, 12월에 열리는 국내 최대 스타트업 행사 컴업(COMEUP)에 알카사비 장관을 포함한 사우디 창업생태계 관계자들을 초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