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칼럼] 거세지는 미국의 통상압력 … 해법있나

2024-07-29 08:29
  • 글자크기 설정
서진교 GS J 인스티튜트 원장
[서진교 GS J 인스티튜트 원장]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로 인해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전망이 더욱 어려워졌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현 대통령에 박빙의 우세를 지켜왔다. 특히 지난 7월 중순의 피격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상승하여 무난히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사퇴 발표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유력 대타로 부상하면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판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급변하니 미국의 차기 행정부를 예상해 대책을 세우려는 세계 각국도 혼란스럽다. 그렇긴 해도 대책은 트럼프 행정부 2기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박빙이긴 해도 주요 경합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에 여전히 앞서 있으며, 민주당 행정부가 계속되는 경우 현재의 기조에서 큰 변화가 예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트럼프 2기 집권에 대응하여 정부가 고려해야 할 점을 경제통상 부문에 국한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예상은 익히 알려졌다. 그 핵심에 중국산 상품에 대한 대폭적인 관세 인상과 군사용 전용이 가능한 상품과 기술에 대한 대중국 수출 및 투자통제 강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대중 수출과 투자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의 대중 제재 강화로 중국 경제가 위축될 경우 우리 제품에 대한 중국의 수입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비중이 많이 줄어들긴 했으나 중국은 여전히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이다. 홍콩에 수출하는 것까지 합하면 우리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의 24%에 달한다. 수입도 우리의 전체 상품 수입의 23%가 중국산이다. 따라서 우리의 대중 수출이나 투자가 트럼프 신행정부의 대중 수출통제에 따른 부정적 영향(예를 들면 반도체의 대중 수출 또는 투자 금지 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범용제품과 첨단제품을 구분해 범용제품에 대해서는 수출통제에서 제외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의 대미 우회 수출도 미국의 관심이 크다. 중국이 미국의 대중 제재에 맞서 동남아나 중남미 등을 통한 대미 우회 수출(투자)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가 멕시코를 통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우회 수출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좋은 예다.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 중 일부도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미국이 의심하고 있다는 것은 동종 업계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 및 중국과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중국산 원료와 부품이 우리나라를 거쳐 미국으로 가기에 좋은 여건이다. 향후 보다 철저한 원산지 및 수출입 관리가 요구되는 이유다.

미·중 갈등 확대에 따라 미국은 물론 서방 선진국의 중국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면서 글로벌 기업의 중국 대체지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다. 저임금이 중요한 산업은 임금이 저렴한 동남아나 서남아 지역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고급 인력과 그에 맞는 사회 인프라 등이 필요한 반도체나 배터리, 바이오, 인공지능, 우주개발 등 첨단산업은 쉽게 대체 국가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그러한 여건을 갖추고 있는 가까운 동맹국이 대체지가 될 것이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본, 대만, 싱가포르, 호주 등이 경쟁하게 될 것이다. 중국에서 빠져나오는 자금을 우리나라로 돌리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 기회에 해외 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뜯어고치고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화해야 한다.
 
한편 미국과의 양자 관계에서 최대 이슈는 우리의 대미 상품무역수지 흑자 감소 문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 미국과의 상품무역에서 흑자를 보는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흑자 규모 축소를 강력히 요구하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에너지 등 원자재 수입을 미국으로 돌려 미국산 상품 수입을 늘렸다. 그 결과 200억 달러가 넘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트럼프 대통령 집권 말기에는 114억 달러로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후 바이든 행정부 들어 대미 흑자 규모는 다시 늘어나 2023년에는 444억 달러까지 증가하였다.

문제는 대미 상품무역수지 흑자를 줄일 마땅한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흑자를 줄이기 위해 우리 기업에 대미 상품 수출을 줄이라고 할 수는 없다. 반대로 미국산 상품 수입을 늘리려고 해도 마땅한 품목을 찾기 어렵다. 자동차만 해도 한동안 미국산 전기자동차(테슬라)가 많이 수입되었지만 이제 우리도 그에 못지않은 전기차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남은 것은 미국이 그나마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농축산물이다. 그런데 우리가 부족한 곡물은 이미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수입을 더 늘리기 쉽지 않다. 따라서 축산물이나 과일, 채소, 가공식품 등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데 국내 농업계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농업계를 설득해 국내 공급이 부족한 경우 이의 해소 차원에서 미국산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준비하되 우리 농식품의 대미 수출을 막고 있는 미국의 규제를 푸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자국 이익만을 추구하는 분열과 갈등의 세계 속에서 우리가 살길을 찾아내고 준비하는 것이 한시가 급한데 심각히 분열된 우리 사회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하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