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50%를 유지해온 상속세 최고세율이 40%로 낮아진다. 대기업 최대 주주에 적용되는 할증평가(20%)가 폐지되고 5000만원이던 상속세 자녀공제금액이 5억원까지 늘면서 기업과 중산층 다자녀가구의 상속세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세법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가 큰 폭의 개편을 예고했던 상속세는 40%로 최고세율을 낮추고 가장 낮은 10% 세율 적용구간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선에서 '소폭 변화'에 그쳤다. 상속세 자녀공제 금액이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늘었지만 일괄공제(5억원)와 배우자공제(5억~30억원)는 현행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배우자공제의 경우 여러 조건이 있지만 30억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일괄공제와 자녀공제 개편을 검토했다"며 "결과적으로 다자녀가구에 혜택을 주자는 취지에서 자녀공제를 상향한 것"이라고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또 이번 세법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그는 "근본적인 개편을 위해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 재산세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런 부분들에 대한 결론을 검토해서 세법에 담는 게 맞다는 점에서 세법개정안에는 담지 않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이 같은 설명에도 최근 서울·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종부세 완화가 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현행 유지를 결정한 요인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지난해에 이어 첨단 기술 확보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세제 개편 흐름이 이어졌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관련 세액공제 적용기간을 3년 연장하고 중소기업 졸업 시에도 기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기업의 승계 부담을 덜기 위해 최대 20%인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를 폐지하고 밸류업·스케일업 기업에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2배로 확대한다.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 기업에 대해서는 공제한도를 폐지하는 등 전폭 지원에 나선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뒀던 금융투자소득세는 국내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폐지가 결정됐다. 금투세와 함께 시행 예정이던 가상자산 과세도 2027년까지 시행 시기를 2년 더 유예하기로 했다.
고금리·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해 노란우산공제 납입금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가 100만원 상향된다. 상가임대료를 낮춘 임대사업자에 인하액의 70%를 소득·법인세에서 공제하는 '착한임대인 세액공제' 적용 기한도 내년 말까지 연장한다.
정부는 과세 기반 확충을 위해 전자신고세액 공제 등 정책 목적을 달성하거나 효과가 미흡한 비과세 제도를 일괄 정비하기로 했다.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29개 조세특례 중 '창업중소기업 등에 대한 세액감면'. '기술혁신형 합병에 대한 세액공제' 등 7개의 일몰 종료를 추진한다.
기재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향후 5년간 4조4000억원 규모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 부총리는 "올해 국세 수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년 이후 수출 증가에 따른 기업 실적 호조가 예상된다"며 "투자·소비 촉진을 위해 그간 추진한 정책 효과가 나타나면 전반적으로 세입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