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피습 사건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기가 굳어지던 미국 대선판이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 사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급부상으로 인해 원점으로 돌아갔다. 해리스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연예계, 청년층, 여성, 유색인종 표심을 다잡으며 서서히 자신의 입지를 확장해 가고 있다.
2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발표한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의 공동 설문 조사 결과(22~23일, 유권자 1018명 대상), 양자 가상대결에서 해리스의 지지율은 44%로 트럼프(42%)를 오차범위 (±3%포인트) 내에서 앞지르는 결과가 나왔다. 바이든 후보 사퇴 이후 22일 발표된 미국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 설문 조사(유권자 4001명 대상)에서는 트럼프 지지율이 47%로 해리스(45%)를 앞섰지만, 불과 하루 뒤 나온 설문 조사에서는 해리스가 우위를 점한 것이다.
트럼프 측은 이러한 설문 조사 결과에 대해 '깜짝 효과'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달 TV 토론회에서의 압승과 이달 피습 사건 이후 바이든을 상대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며 올해 대선에서 낙승을 꿈꿨던 트럼프는 이제 해리스라는 새로운 상대를 맞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아울러 올해 59세인 해리스는 78세의 트럼프를 나이로 공격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81세의 바이든을 나이로 공격하며 재미를 보던 트럼프는 해리스를 맞아서는 오히려 자신의 나이가 약점으로 작용할 처지에 놓였다.
이 와중에 해리스는 민주당 안팎으로부터 지지 세력을 결집하고 있다. AP통신은 자체 조사 결과, 이날 기준 약 4000명의 민주당 대의원 중 해리스 지지 의사를 밝힌 수는 3107명에 달해 공식 후보 지명 요건(1976명)을 훨씬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립 자세를 보이던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내 요인들도 이날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또한 전통적으로 친민주당 성향이었으나 바이든에게는 시큰둥 했던 연예계의 주요 인물들도 대거 해리스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자넬 모네와 존 레전드, 찰리 XCX 등 유명 음악가들이 해리스 공개 지지에 나섰고, 할리우드 스타 중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요구한 조지 클루니가 지지 대열에 합류했다. 클루니는 "우리 모두는 해리스 부통령의 역사적 여정을 지원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할리우드가 카멀라 해리스 뒤에 줄을 서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팝스타 비욘세는 흑인 인권과 자유를 외치는 본인의 노래 '프리덤'(Freedom)을 해리스의 선거 운동에 사용하도록 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해리스는 델라웨어주 윌밍턴 대선 캠프 사무실 방문 시 배경 음악으로 이 곡을 사용하기도 했다. 해리스는 남편과 함께 지난해 8월 비욘세 콘서트에 참석하는 등 그의 오랜 팬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 힐은 유명 연예인들의 지지는 모금액과 함께 젊은 유권자들에 대한 영향 측면에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짚었다.
이미 해리스는 연예계 지지를 바탕으로 젊은 표심을 노리고 있다. 해리스 선거캠프는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의 대문 이미지를 찰리 XCX의 앨범 '브랫' 커버에 쓰인 라임색으로 바꿨다. 나아가 해리스는 인도계 흑인 여성이라는 자신의 배경을 앞세워 흑인, 유색 인종, 여성들로부터 세몰이를 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해리스의 후보 지명에 속도를 내기 위해 내달 초 대의원 화상 투표를 치러 늦어도 7일까지는 대선 후보를 공식 지명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