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진정한 승자를 찾아 볼 수 없었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당대표 후보의 비방과 폭로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면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피로도를 가중시켰고 당내 분열만 초래했다는 분석 때문이다.
23일 고양시 일산킨텍스에서는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인파로 북적였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당원들은 후보자의 사진이 들어간 깃발과 피켓을 흔들며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연호했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지지자들 간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던 한 후보가 들어서자 지지자들은 "이겼다"를 외치며 탄성을 질렀다. 킨텍스 정문 앞은 한 후보를 보기 위해 모여든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전당대회장을 찾은 지지자들은 한 후보의 사진과 영상을 휴대폰에 담기 바빴다.
한 후보는 최근 한 방송토론회에서 나경원 후보를 향해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요청'을 폭로한 게 도화선이 돼 당권주자들과 여권 인사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원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 B씨는 "각 당협별로 지지자들이 나누어져 후보들을 응원하는 모양새"라며 그래도 "영남권은 원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편이고, 수도권은 한 후보를 지지하는 당협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남권에도 한 후보를 지지하는 당협이 꽤 많다"며 "그동안 후보자들끼리 날선 비판을 많이 해왔지만 누가 (대표가) 되든 당을 잘 이끌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전당대회 행사장 안은 대의원 9423명 중 6317명이 참석해 성원을 이뤘다. 당권주자들은 나 후보, 원 후보, 윤 후보, 한 후보 순으로 입장했다. 이들은 대의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전당대회에 참석해 후보들과 악수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오후 3시경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와 함께 입장해 대의원들의 환호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7·23 전당대회가 단결과 통합의 새 역사를 여는 자리로 기록될 것이라 믿는다"며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당원 동지 여러분의 열정과 헌신을 대통령직을 수행하며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민생 어려움 해결하고 국민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 당과 정부가 단결해야 한다"며 "당정이 원팀이 돼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일할 때 국민도 더 큰 힘을 주실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자 '1호 당원'으로서 국민의힘이 민생정당, 유능한 정책정당으로 갈 수 있도록 강력히 뒷받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