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취약계층의 통신비 절감을 위해 디지털 바우처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기존에 시행했던 단순 통신요금 감면에서 디지털 바우처로 정책 방식을 바꾸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도서·웹툰,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등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에도 지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존 통신요금 감면을 받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생계·의료급여)를 대상으로 이날부터 다음달 29일까지 디지털 바우처 시범사업을 위한 참여자 500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측은 기존 정책에 비해 참여자의 선택지를 더욱 다양화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정책은 통신요금에 한정해 지원했다면 이번엔 사용처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지원 금액을 2만6000원에서 2만8600원으로 늘린 부분에 대해서는 대다수 부가서비스 금액에 부가세 10%가 포함된 점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업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참여자들이 지원 금액을 통신비 이외의 사용처에 쓸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기준 기존 정책으로 통신비를 감면받는 대상자 중 최대 감면액인 2만6000원보다 적은 금액을 감면받는 인원은 11만7272명으로 전체 11.6%에 불과했다. 즉 약 90% 가량이 지원금 전액을 통신비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2만8600원을 지원받는다 하더라도 대다수 대상자들이 이를 통신비에 다 쓰게 된다면 사업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이에 대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와 협의해 15GB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한다고 답했다. 충분한 데이터를 지급함으로써 이들이 더 저렴한 요금제를 이용하도록 유도, 부가서비스 이용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이번 사업의 효능이 입증되면 향후 디지털서비스 보편화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법 제4조에 있는 '보편적 역무'는 모든 국민이 적절한 요금으로 받을 수 있는 정보통신역무에 해당한다"며 "디지털 시대가 된 만큼 OTT를 비롯한 디지털서비스도 접근권 측면에서 합의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OTT 업계에선 이 같은 움직임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취약계층의 접근성 향상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정책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지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취약계층에 방송이나 통신 외에도 부가서비스 등을 제공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정책을 위해 OTT 업계가 기금을 지원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OTT가 정부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 통신사업자가 아닌 부가통신사업자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