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대한 투명성 부족을 지적했다. 보조금 수준을 파악할 수 없어 과잉 생산에 대한 각국의 우려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WTO가 중국 무역정책 검토회의를 연 것은 지난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WTO는 모든 회원국의 무역 정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주기가 길고, 4대 무역국인 미국·EU·중국·일본을 대상으로는 3년에 한 번씩 관련 회의를 열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 경제의 중요성과 개별 기업 지원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중국 정부의 지원책은 글로벌 시장과 각 산업의 가치 사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중국이 평가 기간 제공한 자료를 검토했으나, 보조금 정책 규모 등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회의는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를 둘러싸고 서방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한 가운데 열렸다. 유럽연합(EU)은 이달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대 48%에 이르는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미국은 오는 8월부터 전기차·배터리·태양광 패널 등 18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최대 100%까지 올리기로 했다. 캐나다 등 다른 국가들 역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 측이 정부의 보조금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알루미늄·전기차·태양광 모듈·유리·조선·반도체·철강 등 분야에 대한 보조금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서 중국 정부가 주요 산업에 대한 자본 투자를 위해 공공기금을 운용하지만 그 규모를 파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어 “이들 기금이 제공하는 보조금은 일반적으로 WTO에 통보되지 않았다”면서 기금 규모가 1조9000억위안~6조5000억위안(약 360조원~12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지원에 대한 효과를 수치화할 수는 없으나, 투명성 부족은 일부 산업의 과잉 생산 등에 관한 논쟁을 부추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 미국 측은 중국의 산업정책을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제네바 미국 대표부는 "중국이 국제 무역 시스템에 도전이 되고 있으며 국가 주도의 비시장적 접근 방식을 강화하고 있다"며 "약탈적 산업 관행이 다른 국가에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역시 즉각 반박했다. 주제네바 중국 대표부는 "산업 보조금은 개발도상국이 경제를 현대화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 도구이고 WTO에서 이를 논의할 의향이 있지만 논의 방향이 회원국의 경제 시스템과 발전 모델에 관한 논의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국가들이 경제와 무역 문제를 정치화하고 무기화하려 한다거나 안보 개념을 과도하게 확장하려고 시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