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고객의 불합리한 폭언이나 위협 등 '고객 갑질'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고 법률 개정 등 대응 마련에 나섰다. 요미우리신문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은 올해 전문가 검토회에서 일명 '카스하라'라 불리는 고객 갑질 대책 논의를 마무리 짓고 이를 토대로 '노동시책종합추진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카스하라는 '고객'과 '괴롭힘'을 뜻하는 영어 단어를 조합한 일본식 신조어다. '고객'(customer)과 '괴롭힘'(harassment)의 일본식 발음인 '카스타마'와 '하라스멘토'의 앞부분을 결합해 만든 말이다.
개정안에는 '직장 내 괴롭힘'과 마찬가지로 사업주에 상담 창구 설치를 의무화하고 고객 대응에 대한 연수 실시를 요구하는 내용 등을 담을 방침이다.
실제 지난 6월 후생노동성이 카스하라에 의한 우울증 발생 등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정신적 피해자 수를 처음 집계한 결과 지난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한해에만 52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생노동성은 대표적인 카스하라로 무릎 꿇리기, 협박, 비방 등을 꼽고 있다.
한편 일본 기업들도 카스하라로 인한 직원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본 최대 산업별 노동조합 'UA젠센'이 2020년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2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최근 2년 이내에 '민폐 행위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노동자가 56.7%나 나왔다. 이뿐 아니라 "2시간 동안 폭언과 위압을 받았다", "논란 후 갑자기 뺨을 맞았다"와 같은 극단적인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일본 항공사인 전일본공수는 공항에서 직원 얼굴을 무단으로 촬영하거나 승무원을 여러 차례 불러 업무를 방해하는 것도 괴롭힘으로 분류하는 등의 대책 매뉴얼을 만들었다.
또한 로손이나 패밀리마트 등 편의점은 지난 5월부터 명찰에 이름 없이 이니셜만 표기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고객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종업원의 이름을 지목하며 비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일본 도쿄도도 최근 전국에서 처음으로 기업에 대해 '갑질에 대한 직원 보호'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시나가와구는 악성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명찰에 '성'만 표기해 민원인을 상대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