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씨티은행을 사칭한 일당은 지난 9일부터 '씨티 재단 투자 소통방'이라는 텔레그램 채널을 만들어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21년 10월 한국에서 소매금융 철수를 선언한 씨티은행이 다시 한국 시장에 복귀한다고 주장하며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씨티그룹 아시아태평양 금융 부문 책임자를 사칭한 최○○씨는 텔레그램방을 통해 "씨티그룹은 2021년 아시아 소매 금융 사업에서 철수했지만, 올해 정책 변화로 아시아 시장에 재진입하기로 결정했다"며 "현재 씨티그룹은 현대그룹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한국으로의 귀환, 국민의 꿈' 마케팅 프로젝트를 통해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 'AB 한국 펀드'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인 제인 프레이저가 저를 한국 시장 프로젝트에 특별히 배치해 이번 계획의 배포와 전략을 담당하게 됐다"며 "현재 일부 손실을 겪고 있는 회원들에게는 단기간에 손실을 회복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낮 시간대에 무료로 주식 시황 서비스를 제공하며 유료 회원을 유인하고 있다. 프로필에 씨티그룹 임원들의 단체 사진을 게시했지만 사진속의 인물 중 최○○씨는 없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확인한 결과 최○○씨라는 직원은 없다"며 "현대그룹의 후원, 마케팅 프로젝트, AB 한국 펀드 발행 계획 등 모두 허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준 회원 수는 94명에 달한다. 정체불명의 최○○씨는 일부 회원들에 의해 '투자의 귀재'로 설명되고 있었다. 일부 회원들은 "과거에도 최○○씨가 하라는 대로 따라 했더니 반 년만에 진짜로 돈을 벌었다"며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등 전형적인 사기 행각에 조력하고 있었다.
금융 회사를 사칭한 투자 리딩방의 불법 행위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리딩방 투자 사기와 관련해 접수된 신고는 1783건으로 직전 분기 1452건 대비 2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확인된 피해 금액은 1704억원으로 직전 분기 1266억원 대비 34.6% 증가했다.
정부는 불법 사금융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방침이다. 피싱 범죄에 대한 정부의 합동 수사가 올해 하반기부터 '투자 리딩방'(투자 추천 대화방)으로 확대됐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보이스피싱과 불법 사금융 척결을 위한 관계 부처 합동 전담팀(TF)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