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행사 제이아이주택과 시공사 제일건설은 지난 12일 분양 홈페이지를 통해 인천 영종국제도시 A16블록에 조성되는 '제일풍경채 영종국제도시 A16BL' 본청약 일정을 내년 상반기로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해당 단지는 2022년 8월 사전청약이 이뤄진 이후 당초 지난해 8월 본청약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결국 본청약의 내년 상반기 연기를 공식화한 것이다. 당초 일정보다 본청약이 최장 18개월 지연되는 셈이다. 통상 본청약 돌입 이후 입주까지 2년 넘게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입주 시기도 오는 2028년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시공사인 제일건설 관계자는 "설계, 인허가 준비 과정이 지연되면서 본청약 일정이 밀리게 됐다"며 "입주 예정일도 건설, 시공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최대한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청약이 미뤄지면서 사전청약을 스스로 포기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오 진보당 의원에 따르면 현재 제일풍경채 영종국제도시 A16BL의 민간 사전청약 계약을 유지하는 당첨자는 93명에 불과했다. 윤종오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제일풍경채 영종국제도시 A16BL의 민간 사전청약 계약을 유지하는 당첨자 외 나머지는 스스로 계약을 포기한 걸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사전청약 진행 단지들이 최근 잇달아 본청약을 연기하거나 사업이 좌초되면서 당첨자들의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다. 특히 민간 사전청약을 실시한 곳 가운데 아직 본청약을 진행하지 않은 민간 사전청약 단지가 전체 45개 중 절반에 가까운 24개에 달한다. 총 사전청약 가구 수는 1만2827가구다. 예상 본청약 기간을 넘긴 채 사업을 연기한 단지도 18곳이나 된다. 본청약으로 넘어가지 못하거나 사업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단지가 더 남아 있는 셈이다.
사전청약은 아파트 착공 때 진행하는 청약 접수를 2~3년 앞당겨 받는 제도로, 사전청약 계약에 따라 사업 취소나 지연에 따른 피해를 오롯이 당첨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대개 당첨자들이 시행사와 맺는 계약서에는 '설계변경, 소송, 지구계획 변경, 문화재 발굴, 사업지연 등 기타 불가피한 사유로 사전청약에 당첨된 단지 사업 취소 또는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잇따른 사전청약 취소 등과 관련해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으며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로선 정부 차원의 다른 대안은 없다"면서 "다만 여러가지 사정이 있을 수는 있기에 재검토는 해보겠다. 구제 전체를 깔고 재검토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사전청약은 본청약을 하기 2~3년 전에 하는 예비 청약인 만큼 공사비·분양가 상승, 사업 환경이라든지 변동성을 예측할 수 없다"면서 "본청약을 미루는 사업장에서도 만약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사업 취소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서민들의 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