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0년 5월 금융회사·핀테크·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를 유통·결합·사업화할 수 있는 디지털 혁신성장 모범사례를 만들겠다면서 거래소를 출범시켰다. 금융데이터거래소를 주축으로 내세워 데이터 거래를 활성화시키면 업권 간 장벽을 허물고 새로운 사업 기회나 이종분야 혁신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까지 데이터 거래의 활성화는 당초 기대했던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지난 2020년 5월 출범 이후 지난달까지 거래소에는 총 143개 기관의 1만1760개(무료 6558개·유료 5202개)의 데이터 상품이 등록됐다. 같은 기간 누적된 데이터 거래량은 1만7185건으로, 4년 동안 상품 1개당 1.4건의 거래밖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거래 실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5157건의 데이터 거래가 발생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710건에 그쳤다. 또 등록된 상품 100건 중 44건은 유료 데이터였지만, 누적 유료 거래량은 100건이 채 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금융데이터를 경제적인 가치가 있는 상품으로 인정하고 데이터를 사고 팔 수 있는 유통시장을 만들고자 했지만, 거래소는 유통시장 허브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 업계에서는 거래소를 이용할 유인이 없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기업들은 회사 간 직접적인 비즈니스 과정에서 상호 신뢰가 있을 때만 유의미한 금융데이터를 주고받는다. 현재 거래소에는 이런 유의미한 정보를 뽑아낼 수 있는 데이터가 있지도 않고, 데이터 가치 평가도 원하는 만큼 받기 어려워 데이터를 거래소에 등록할 이유도 없다고 말한다.
핀테크 업계 한 최고경영자(CEO)는 "거래소 데이터를 쓰는 것을 검토한 바 있지만, 사용해 본 적은 없다"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정말 중요한 데이터는 거래소로 가지 않는다. 가명정보라서 아쉬운 점도 있겠으나 데이터 가치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또 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는 기업 간 경영적 판단이 맞아야만 활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금융권에서는 데이터를 직접 다루는 현업 부서에서도 금융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는 거래소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곳이 많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구축한 '금융 빅데이터 플랫폼'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 빅데이터 플랫폼은 2019년 빅데이터 기업이 생산하는 데이터를 수집해 유통하는 데이터 거래소다.
데이터 수집이 용이하고, 이를 분석해 활용할 필요가 있는 카드 업계는 자체적으로 플랫폼을 구축해 활용하기도 한다. 카드사들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새 먹거리 창출에 나서고 있지만, 거래소를 활용하기보다는 자체 플랫폼으로 투자를 강화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예컨대 신한카드는 빅데이터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데이터 신사업을 모색 중이고, 삼성카드는 자체 데이터 플랫폼' 블루 데이터 랩'을 내놓고 자체적으로 데이터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