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 선두 주자인 '배달의민족'(배민)이 다음 달부터 외식업주가 부담하는 중개수수료를 3%포인트 인상한다. 최근 업계에 불어닥친 출혈 경쟁이 지속되자 생존을 위한 돌파구로 내린 결정이지만 갑작스러운 수수료 인상에 외식업주들의 불만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오는 8월부터 주문 중개에서 배달까지 수행하는 '배민1플러스'의 중개이용료율을 기존 6.8%에서 9.8%(부가세 별도)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배민 배달 수수료는 업계 2위 쿠팡이츠의 중개수수료와 동일해진다.
배민의 이번 수수료 인상은 수익성 강화를 위한 조치로 보인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일 이국환 대표가 사임했다는 소식을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독일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로부터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강한 압박을 받으면서 갈등을 빚다가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최근 DH는 큰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7일 유럽연합(EU)에서 반독점 관련 벌금 4억 유로(약 6000억원) 이상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밝혀 장중 주가가 17% 하락하기도 했다.
배민은 이날 배달 수수료 인상이 음식값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업주 불만을 달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내놨다.
우선 배민1플러스 요금제를 다음 달 9일부터 개편해 배달 수수료 인상과 동시에 업주 부담 배달비를 지역별로 건당 100∼900원 낮추기로 했다. 현재 업주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2500~3300원인데 이를 1900~2900원까지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포장 주문서비스 신규 가입 업주에게 적용되는 6.8%의 중개이용료를 내년 3월까지 50% 할인한다. 또한 정액제 주문중개 서비스인 울트라콜의 월 요금(월 8만원)에 대해서도 일부를 환급해 주기로 했다.
아울러 앱에서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을 통합한 '음식배달' 탭을 신설해 모든 가게의 노출 경로를 일원화할 계획이다. 앱 개편은 지역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민이 정률제 수수료 서비스인 자체 배달(배민배달) 주문을 유도한다는 지적에 앱 화면을 개편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배민 관계자는 "당장 수익성만 강화하려는 조치라기 보다는 최근 업계 출혈 경쟁으로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라며 "수수료 인상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서비스나 배달 품질을 높이는 쪽으로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