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데뷔 20주년이다. 2003년 그룹 동방신기로 데뷔해 한국 엔터계 '뉴 웨이브(New wave)'를 일으켰던 가수 김재중은 K팝 전성기 개척점에 서있던 '역사의 증인'이기도 하다. 그는 당시 척박했던 해외 시장에 '한류'를 일으켰고 급성장한 만큼 위태로웠던 엔터계 문제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던 인물이기도 했다. 역사의 흐름과 거대한 파도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았고 자신만의 방향성을 찾아 묵묵히 나아가고 있는 중.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정규 앨범 '플라워 가든(FLOWER GARDEN)'은 이같은 김재중의 발자취를 담아낸 결과물이다.
한 송이의 꽃이 모여 다발을 이루고 그것들이 모여 정원이 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플라워 가든'은 김재중의 데뷔 20주년의 역사와 의미를 녹인 상징물과도 같다. 그가 찾은 방향성과 팬들과 나누었던 추억 그리고 미래에 대한 약속을 담아 총 14곡으로 다채롭게 채워 넣었다.
솔로 데뷔할 때만 하더라도 대중이 낯설게 느꼈을 록은 이제 김재중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장르. 자신과 장르의 괴리감 그리고 이질감을 줄이는 데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며 "이번 앨범에서야말로 김재중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고 거들었다.
한때는 혼자서도 댄스, 발라드, 록 음악까지 아우르고 소화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다양성'에 목매게 되었고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꾸준한 음악 작업과 활동을 통해 "김재중다운 것"을 찾아냈고 다양한 장르를 담더라도 통일감 있도록 아우르는 방법을 익히게 됐다.
"저다운 음악들을 담고 통일감을 주려고 했지만 절대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기를 바랐어요. 14곡이 담기니까 첫 번째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어떤 흐름과 서사를 만들고 발성이나 표현에서도 드라마틱함을 이끌고 싶었죠."
그는 14곡을 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밸런스'였다며 균형감 있는 배분과 흐름에 집중했다고 거들었다.
"저는 한 앨범을 들을 때 '어색하다'고 느끼는 구간이 생기면 아예 (앨범을) 듣지 않거든요. 가사, 멜로디부터 트랙 흐름까지요. 제 음악인데도 그럴 때가 있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은 '밸런스'를 맞추는 데 많은 공을 들였어요."
이번 앨범에서 눈길을 끄는 건 일본 싱어송라이터 미야비와의 협업이다.
"제가 라르크 앙 시엘, 루나 시와 직접 만나기도 하고 작업도 해보았는데요. 미야비 님과만 (작업을) 못 해봤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함께 작업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먼저 연락드렸고요. 흔쾌히 참여해 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저는 미야비 님의 기타 선율과 그분의 음악 스타일을 꼭 담고 싶었는데요. 제가 22년 전 그 분의 음악에 빠져있다면 미야비 님은 '요즘' K팝에 푹 빠져 계세요. 완전히 꽂혀계세요! 하지만 어려운 점이나 문제 될 일은 없었어요. K팝 무드에 미야비 님의 기타가 들어가니까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주더라고요. 편향된 느낌이 아니라서 더욱 풍부하게 느껴졌어요."
타이틀곡인 '글로리어스 데이(Glorious Day)'에 관한 비하인드도 언급했다.
"노래 자체로만 보면 타이틀곡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곡이 가지는 성격과 의미가 '플라워 가든'과 딱 맞는 거예요. 가이드곡을 받았을 때는 종교적 색깔이 강했는데요. 그런 지점들을 나와 나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맞추니 맞물리는 데가 생기더라고요. '나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날은 언제일까?' '내가 무교인 건 내 곁에 믿을 만한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이어지면서 해당 곡을 타이틀로 삼게 되었어요. 이 곡은 저의 20년을 함께 해왔던 분들에게 바치는 곡이에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입니다."
김재중은 지난해 SM에서 인연을 맺었던 노현태 대표와 손잡고 인코드를 설립했다. 인코드 소속 아티스트이자 CSO(최고전략책임자, Chief Strategy Officer)인 김재중은 회사 설립을 두고 "인생에서 맞는 두 번째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연예계 데뷔 이후 가장 큰 전환점을 맞은 시기라고 생각해요. 꼭 회사 설립뿐만 아니라 어떤 압박이나 시선에서 해방되었다는 기분이 들어요. 재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저는 주변을 너무 의식하면서 스스로를 옥죄고 있었거든요. 나의 가치에 대해서 알지 못했고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똑바로 말하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감정이 탁 깨지더라고요. 바쁘게 사는 게 저랑 맞나봐요. 오히려 해방된 기분이 들어요."
김재중은 그룹 동방신기로 데뷔해 그룹 JYJ를 거쳐 솔로 가수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왔다. 수많은 기록을 남겼고 거대한 성과를 거둬왔음에도 "더 큰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고 싶다"고.
"이렇게 목표를 가지고 나아갈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함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도 알아요. 노력해야 하고 이뤄내야 할 일도 많아요. 쉽지 않은 일 같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려고요."
20년 동안 김재중이 이룬 성과들을 언급하며 "아직도 이루고 싶은 게 있느냐"고 묻자 단박에 "많다"고 답했다. 김재중은 인코드의 아티스트로, CSO로도 '성장'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일단 '플라워 가든'이 좋은 성과를 거뒀으면 좋겠어요. 인코드에서 처음 내놓은 앨범이거든요. 인코드의 아티스트로서 자리를 잘 잡아서 우리 회사에서 나올 신인 아이돌에게 버팀목이 되고 싶어요. (나의 활동보다) 신인 육성에 집중할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가는 제 꿈을 전가한다고 할까요? 내가 이루지 못한 걸 그 친구들에게 떠넘기는 모양이 될 거 같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제가 좋은 환경을 만들어놔야 할 것 같아요."